한국이나 미국에서 선거철 고물가는 집권당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생필품 가격 인하 유도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런 물가 성적표를 받아 든 뒤 ‘물가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보고, 이제 고용 안정 쪽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 연준은 오는 11일에 나올 8월 소비자물가지수를 확인한 뒤 17, 18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폭을 결정한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찬 뒤 제시한 첫 번째 경제 공약이 식품 폭리를 막기 위한 대기업과의 싸움이었다. 해리스는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통해 바가지요금을 매기는 일부 대기업에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검찰을 동원해 징벌을 가하겠다고 했다.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CNN과 인터뷰했다. 이때 그는 대통령 취임 첫날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로서리 물품 가격이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이런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해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또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성공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면 상품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암시장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해리스의 정책이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생필품 가격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은 정부의 재정정책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내려가려면 정부가 무분별한 지출과 과도한 규제,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 또 정부가 공급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연준이 ‘이지 머니(easy money)’ 남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
해리스가 포퓰리스트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생필품 가격 통제에 매달리면 득표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유권자는 정치 지도자가 실현 여부를 떠나 최소한 고통에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공감능력 검증은 이들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이다. 이때 ‘대파 발언’과 같은 실언이 나오면 헤어나기 어려운 신뢰의 위기에 빠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