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오너인 기업에서 경영권이 후대에게 승계되려면 어쩔 수 없이 리더십이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창업주가 경영을 하던 시절과 경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따라 경영철학에 대한 점검과 조정이 필요해진다. 또 내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조직 구성원들도 바뀌기 때문에 인사 철학과 인사제도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경영권 승계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방향성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질 필요가 있다. 리더십이 달라지면 불가피하게 제도와 조직 문화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조직의 근간이 되는 요인들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이 해당 조직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되기도 한다.
창업주가 오랜 기간 자신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켜 왔거나, 최소한 망하지 않고 기업을 유지해온 경우 보통 자기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검증해온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앞서 언급한 다양한 환경 변화로 인해 이런 기존 방정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창업주가 경영에 대해 여전히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후세 경영자가 새로운 철학과 제도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시설관리 분야에 종사하는 어느 중견 기업은 창업주가 오너로서 오랜 기간 경영을 이끌어 오다가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갑자기 경영권을 2세에게 승계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루는 창업주 회장이 어느 특정 사안에 대해 업무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내린 후 직접 수기로 결재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회장이 갑자기 담당 임원을 불러서 “왜 내 결재도 받지 않고 그 사안을 진행시켰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당황한 담당 임원은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회장이 이전에 수기로 결재했던 문건을 가져와 보여줬다고 한다. 당연히, 자신이 직접 사인한 결재 문서를 본 회장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창업주 회장은 곧바로 자신의 사임과 은퇴를 결정하고 경영권을 2세에게 넘겨줬다고 한다. 아마 이 조직의 경영진과 후계자는 창업주의 결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선대 경영자의 레거시에 갇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승계라는 쉽지 않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된 계획과 함께 적절한 시기에 선대의 리더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