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이 제정되기 전 또 제정된 후에도 개 식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양측에서 그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찬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다루어지지 않는 중요한 주제는 왜 우리 선조들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문화들에서 개고기를 식용으로 했던 이유다. 또 현재에도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여전히 개를 식용으로 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 활동과 성장을 위해 외부에서 필요한 영양소(營養素)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영양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며 세포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다. 단백질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피부와 머리카락의 탄력을 책임질 뿐 아니라 혈관벽과 같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한 성분이다. 혈관 속의 백혈구와 적혈구, 성장 호르몬이나 성호르몬 등도 모두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단백질의 공급이 필수다.
야생 동식물의 수렵과 채집을 생활 기반으로 하는 수렵채집사회에서는 가축을 기르지 않고 5~8%의 음식을 채집(採集)에 의해 획득했다. 즉 채집에 의해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새 또는 짐승 따위를 수렵(狩獵)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다. 이 사회에서는 채집할 식물과 사냥할 동물이 없으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하는 것이 기본 생활양식이었다. 그 후 인류의 생활방식은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쉬워졌지만, 효율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아진 것이 농업 생산을 돕고,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야생동물을 길들여 가축(家畜)으로 만들어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다.
가축으로 만들기 좋은 동물은, 성격이 온순하고 먹이가 까다롭지 않으며 인간과 같이 지내도 불안함을 그다지 느끼지 않고 번식이 잘 이루어지는 부류다. 초식 위주의 식성을 가진 동물은 기르는 데 비용이 적게 들기에 유리하다. 체급 역시 클수록 관리하기 힘들고 먹는 양이 많고, 반대로 작을수록 노동력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여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는 개, 돼지, 소, 닭 등이 있다. 이 중 소는 지구력이 강하고 끌어당기는 힘이 좋아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다. 동시에 사람과 식량을 공유하지 않는다. 풀을 먹는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쇠꼴을 마련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소를 많이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몸집이 커서 외양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번식력이 낮다. 비록 풀을 먹이로 한다지만 많이 먹기 때문에 쇠꼴을 준비하는 등 키우는 데 손이 많이 간다. 또 소는 우유를 공급해 주기도 하기 때문에 함부로 잡아먹을 수 없다.
다음으로 집에서 기르는 가축으로 돼지가 있다.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고 고기가 맛이 있어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유용한 동물이다. 하지만 돼지는 소와 다르게 잡식성으로 사람과 식량을 공유한다. 또한 돼지는 소와 달리 노동력을 제공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고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 먹는 음식의 양이 많아 집에서 돼지를 기르는 데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사람이 먹을 음식도 부족해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시대에 돼지를 키울 수 없다.
다음으로 유용한 가축은 닭이다. 닭은 번식력이 높고 방목이 가능해 기르기가 수월하다.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으며 성장한다. 그래서 명절 때나 손님이 오면 특식으로 닭고기 요리를 준비한다. 하지만 닭을 함부로 잡아먹을 수는 없다. 암탉은 동물성 단백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알을 낳아주는 귀한 가축이다. 계란은 요리를 하는 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그래서 거의 모든 농가가 닭을 키우지만 사료를 따로 주지 않으려면 키울 수 있는 숫자는 한정돼 있다.
개도 유용한 가축이다. 개는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갈 무렵부터 최초로 길들인 가축이다. 우선 개는 사람과 식량을 공유하지만 돼지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 잡식성이므로 별도의 사료가 필요 없이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성장한다. 아침이나 저녁 가족들이 먹다가 남긴 음식이나 생선뼈 등을 주면 잘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처럼 산에서 꼴을 베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스스로 제공하는 노동력이나 다른 유용한 역할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잡아먹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개고기 식용이 제일 유용하다. 동시에 주인을 잘 따를 뿐만 아니라 가족 이외의 도둑이나 야생동물을 쫓아내거나 경계하는 효과도 있어서 가축으로는 제일 좋은 동물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문화에서 개를 식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최근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문화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개의 역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래 개는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 식용으로 키웠다. 봄에 집집마다 강아지 한두 마리를 키워 복날이 되면 보양식으로 잡아먹는 것이 하나의 관습이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구태여 정들게 키운 개를 잡아먹지 않아도 동물성 단백질을 구할 수 있는 대체 동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닭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집에서 키운 닭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양계장에서 식용으로 대량 생산되는 닭을 사다가 요리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개를 잡아먹을 당위성 자체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개는 식용에서 집을 지키는 방범용으로 그리고 사랑받는 애완용에서 급기야 애정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인 반려견으로 지위가 수직으로 급상승하게 되었다.
최근의 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사료 판매량은 영유아를 위한 분유·이유식 판매량을 이미 추월했으며 해가 갈수록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 판매량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2022년 8월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 90%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10대 학생들은 100%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변해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는 개를 음식이 아닌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아직 70·80대의 일부는 개고기를 먹고 있으며 음식으로 보는 문화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이 변하면 문화도 변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개고기를 먹는 과거의 환경이 변하면 당연히 개 식용 문화도 바뀌기 마련이다. 이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법으로 금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식용으로 개고기를 먹었던 환경이 동물성 단백질을 다른 대체 동물, 즉 닭이나 염소로 바뀌자 이제는 개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문화가 대세가 되어간다. 이런 현실에서 개고기 시식은 시간이 걸릴 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라질 것이다. 데이트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연인에게 개고기 먹으러 가자고 청할 강심장은 거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개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의 복지에 대한 논의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가공할 속도로 변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개나 닭을 먹는 대신에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대체물이 개발된다면 닭을 식용으로 하는 관습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닭도 애완계(愛玩鷄)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미 닭의 뒤를 일렬로 따라가는 노란 병아리들의 행렬은 그 얼마나 아름답고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워 주는가? 당연히 식용을 위해 사육하는 열악한 ‘닭장’도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