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출 옥죄기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이미 크게 고조된 상태다. '지금 대출받지 않으면 앞으로 대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역설적이게도 대출 수요가 더욱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오히려 대출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이제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압박감이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는 점을 금융당국은 예측하고, 이에 알맞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단기간에 폭증하는 수요와 오히려 오른 금리로 인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실수요자들과 신용 취약층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정부가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까지 막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점차 불법 사금융 관련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불법 사금융 추징은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불법 사금융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러한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고, 예상하면서도 이런 정책을 펼쳤다면 잘못된 정책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 2021년 가계대출이 폭증했을 때도 금융당국은 총량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는 결국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차례로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2금융권에서 대부업으로, 대부업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밀리며 사회 취약층이 제대로 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부작용이 이미 나타난 정책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쉽고 효과가 눈에 띄는 정책을 선택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이번 대출 대란 사태가 불거진 시초는 결국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고, 이 사태가 심화된 것은 정부 부처 간 정책 엇박자와 실수요자들의 공포를 부추긴 부주의한 정책 때문이다. 결국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