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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과 대만의 대미 로비력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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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과 대만의 대미 로비력 격차

연방과 지방 의회에서 대만 코커스 다수 활동, 연방 상원에 코리아 코커스 지난해 겨우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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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이 차기 정부에서 계속 시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모두 계승하지 않는 'ABB(Anything But Biden)'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투자를 기존 170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440억 달러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 달러(5조2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핵심인 HBM의 생산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보조금 수혜를 노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대만 TSMC도 마찬가지다. TSMC가 최근 대만 정부로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팹)에 대한 75억 달러(10조 원) 규모의 투자 승인을 받았다. TSMC는 대만 정부로부터 최근 3개월간 125억 달러(16조6700억 원) 규모의 애리조나 공장 투자 승인을 받았다. TSMC는 지난 6월분 (50억 달러)에 이번 75억 달러를 합하면 3개월 만에 125억 달러의 투자금을 대만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대만 정부는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10일 열렸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반도체 문제를 놓고 두 후보가 충돌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집권 당시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를 계속해서 판매함으로써 "우리를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대만산이라며 "미국은 그들(중국)이 가진 철학과 정책 때문에 (대중 수출용) 반도체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를 묻는 말에 “그들은 우리에게서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고,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다”고 말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으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면서 "그들은 (여기에)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만과 TSMC를 거론했지만, 정작 그가 당선되면 한국 기업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미국 정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력에서 한국이 대만에 한참 밀린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최근 “대만이 미국 정계를 정복했고, 유럽 등 다른 나라도 대만에서 배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 의회뿐 아니라 주 의회에도 최소 12개 이상의 친대만 코커스가 결성돼 있다. 친 대만 의원들의 모임인 이 코커스는 진보 성향의 코네티컷주에도 있지만, 보수 성향의 켄터키주 등에도 있다. 미국 어느 지방 의회에 한국 코커스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 연방 상원에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코리아 코커스’가 결성됐다. 미국 하원에서는 지난 2003년 코리아 코커스가 출범했으나 상원에서는 지난해에 4명의 의원으로 코커스가 발족했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집권해 칩스법 이행 등에 제동을 걸면 미국 정계의 대만 네트워크가 초당적으로 움직일 게 확실하다. 한미 동맹 70년이 지났으나 한국은 아직 대만과 같은 풀뿌리 대미 로비 조직이 거의 없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