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문지형의 프롭테크 '썰']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부동산을 사다: 양자 기술이 열 프롭테크의 지평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0

[문지형의 프롭테크 '썰']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부동산을 사다: 양자 기술이 열 프롭테크의 지평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이미지 확대보기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유명한 사고 실험이 있다. 상자 속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었을 수 있다는 기묘한 논리다. 이는 양자 물리학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 고양이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공지능(AI)이 기술 업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한층 강력한 혁명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양자(Quantum)' 기술이다.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인 양자의 특성이 활용됐다.
양자 기술의 핵심은 '중첩'과 '얽힘'이라는 특성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일 수 있고(중첩),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즉각적으로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얽힘)는 개념이다. 이를 활용한 양자 컴퓨팅은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해낸다.

2023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퀀텀3 스마트폰은 양자난수생성(QRNG) 기술을 탑재했다. 그래서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을 제공한다고 한다. 구글은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화학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신약 개발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양자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과 프롭테크 업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인공지능(AI)이 현재의 프롭테크 주역이라면, 양자는 차기 주인공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전 세계 프롭테크 기업들은 이미 양자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IBM과 부동산 데이터 분석 기업 코어로직(CoreLogic)은 양자 컴퓨팅을 활용한 부동산 가치 평가 모델을 협력해 개발 중이다. 수백만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부동산의 가치를 초정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의 스타트업 콴툼다이스(Quantum Dice)는 양자 난수 생성기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 보안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킹이 불가능한 초안전 거래 플랫폼을 제공한다.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양자 컴퓨팅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시의 교통 흐름, 에너지 사용, 부동산 개발 등을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미쓰비시 지소(Mitsubishi Estate)는 IBM과 손잡고, 양자 컴퓨팅을 활용한 부동산 포트폴리오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복잡한 시장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투자 전략을 도출한다. 인도의 부동산 개발 기업 로드하그룹(Lodha Group)은 양자 기계학습을 활용한 부동산 수요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움직임도 있다. SK텔레콤과 아이디퀀티크(IDQ)는 양자암호 통신 기술을 통해 부동산 거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적용하고 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양자 센서를 이용한 건물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물론 양자 혁명이 코앞에서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실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AI가 그랬듯이, 양자 기술도 언젠가 프롭테크의 핵심이 될 것이다. AI를 넘어 양자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오늘의 AI 전문가가 내일의 양자 전문가가 돼야 할지 모른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