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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벨상 수상자도 게임하면 '중독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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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벨상 수상자도 게임하면 '중독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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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2016년 노벨상 시상식에선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소설과 시문학, 수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노벨문학상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수상하며 문학상의 장벽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동문들과 한창 게임을 즐긴 후에 가진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게임도 문화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게임인이 밥 딜런처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혹시 한국에서도 그렇게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

8년 전 농담으로 취급했던 말들이 이제 모두 이뤄졌다. 한국 문화예술진흥법은 지난해 개정 후 게임을 문화예술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게임인은 아니지만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확정됐다. 천재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높였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문학상이 아닌 화학상을 받을 예정이다.

딥마인드는 인공지능(AI) '알파폴드 2'를 통해 단백질 분자구조 연구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았다. 그 기저에는 바둑 AI '알파고', 스타크래프트 AI '알파스타' 등 게임을 통해 쌓아온 AI 역량이 있었다.

실제로 허사비스 대표는 자신의 성과에 대한 인터뷰에서 "컴퓨터로 체스를 둔 기억들이 AI 연구의 계기가 됐다", "많은 아이들이 나처럼 게임을 하다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한다"고 말하며 게임인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정해진 규칙 아래 문제를 해결하고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희활동이다. 과도한 몰입감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스트레스 해소, 친구와 소통, 전략적 사고와 집중력 강화 등 여러 장점도 지녔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직도 게임이 '많은 아이들이 즐기는 몰입적 여가 활동'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중독의 원흉이라 치부한다. 국내외 학계의 수많은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일어나면 '중독적으로 탐닉하던 게임이 원인'이라는 언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 나온다.

게임이 범죄의 잠재적 원인이나 정신적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이라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묻고 싶다. "게임에 몰입하며 얻은 영감으로 노벨상을 딴 연구자도 예비 살인마나 마약 중독자 같은 치료 대상으로 바라봐야 하나요?"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