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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반도체 겨울과 삼성전자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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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반도체 겨울과 삼성전자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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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바로 네덜란드 ASML의 실적이다. 최첨단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독점 생산하기 때문이다.

ASML의 매출 감소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신규 설비 투자 감소를 의미한다. ASML의 내년 실적 전망을 보면 매출을 350억 유로로 13%나 낮춰잡은 상태다.
3분기 신규 주문은 26억 유로로 지난해보다는 늘었으나 예상했던 56억 유로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여기에 근거한다.
ASML에서 직접 언급한 실적 악화의 원인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수요부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텔도 독일에서 팹 설립을 연기한 상태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은 통제 대상이다.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분기 49%에서 내년 20%로 낮아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제외하면 내년 글로벌 반도체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이런 반도체 겨울을 반영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7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7.2% 늘고 영업이익도 9조1000억 원으로 무려 274%나 증가했으나 하락하는 주가를 막지 못하는 모양새다.

외국인 지분율도 2022년 12월 이후 다시 50% 이하로 하락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18%를 담당하는 품목이란 점에서 삼성전자의 침체를 좌시할 수 없다.

특히 DRAM은 1992년 도시바를 제친 이후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 없는 삼성의 캐시카우다. 그런데 최근 AI용 반도체 수요 착오로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삼성의 최대 장점인 열심히 일하는 기업문화도 애플이나 TSMC만 못한 게 사실이다. 임원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도전 정신도 사라졌다.

한마디로 대기업 병에 걸린 모습이다. 이재용 체제 10년을 맞은 삼성의 추락은 한국경제에도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