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미국 대선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기업은 크든 작든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약 3분의 1가량이 대선 불확실성을 이유로 장단기 신규 투자 연기 또는 축소, 전면 취소 결정을 했다. 이런 현상에는 포춘 500대 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차이가 없다.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는 11월 5일 선거가 끝나면 말끔히 해소되는 게 정상이다. 문제는 올해에는 선거 전보다 그 이후에 더 큰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개표가 완료되기 전에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되돌리려고 했고, 여전히 국민의 뜻을 부정하고 있으며 폭도를 선동해 미국 의사당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개표 결과 해리스가 이긴 것으로 나타나면 트럼프가 대대적인 선거 불복 캠페인을 전개할 것으로 워싱턴 정가가 예상한다. 선거 이후 혼란만을 따진다면 기업으로서는 트럼프가 승리하는 게 불확실성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리스는 대선 투개표 결과 승복을 이미 공언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계획한 대로 단계적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다. 금리 인하 연기 또는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올 수 있다.
미국 기업이 신규 투자를 꺼리는 핵심 이유도 연준의 통화 정책 전망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금리 장기화 사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대출 부담 탓에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대국들도 선거 이후 혼란 사태에 가세할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이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보고서에서 "이란과 러시아는 적어도 폭력적인 시위를 조장하거나 이에 기여할 수 있는 전술을 고려할 의향이 있으며, 물리적 폭력 위협을 가하거나 이를 증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미국아 ‘포스트 대선’ 혼란 사태에 빠져 글로벌 경제에 리스크를 안겨줄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