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대기업 그룹사는 경기 불황을 예감하고 비상경영과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경기 선행지표만 보고 경기 낙관론을 펼치는 정부의 시각과 크게 다르다.
실물경기는 바닥인데 증시만 오르는 게 이런 연유에서다. 직장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떠돌던 명예퇴직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다.
요즘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로 잘나가는 SK그룹도 위기경영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SK온은 이미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로 신설된 이 회사의 3년간 누적 손실은 2조8000억원 규모다.
SK텔레콤도 퇴직 격려금을 3억원으로 올려 인력 감축에 나섰고,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마저 구조조정 중이다.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와 건설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한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75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3% 감소한 상태다. 배터리 호황일 때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시켰던 LG화학도 명예퇴직을 진행 중이다.
시장과 기업은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당국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수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둔화됐을 뿐 걱정할 필요 없다는 모양새다.
해외 투자은행들까지 한국 수출의 피크 아웃(하락 전환)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오불관언이다. 경기 선행지수를 놓고 해석이 엇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 경기가 둔화하고 환율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기업과 시장이 불황의 전조로 느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