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네 차례 총선에서 모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물가에 따른 소득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패한 것이다.
취임한 지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진 이시바 총리로서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든 처지다. 선거에서 약진한 야권이 세력을 결집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퇴임을 압박할 수도 있는 구도다.
일본 총선의 쟁점은 고물가에 따른 임금 인상 등 경제 문제였다. 집권 자민당의 공약은 물가 상승 피해 대상자인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대책도 지방 보조금을 확대한다는 게 전부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500엔으로 늘린다는 공약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재원 마련 대책은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의 13조 엔 규모를 넘는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적자를 더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 심판론에 불을 지핀 것은 정치자금 이슈다. 일본 정계에 뿌리 깊게 자리한 ‘돈에 의한 권력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민심이 강해진 이유다.
이시바 총리의 총선 참패는 당장 미국과 유럽 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모방한 아시아판 나토 창설 구상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1년 앞두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1개월 이내에 열릴 일본 의회 내의 주도권 싸움을 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