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상됐던 위고비 오남용…방치한 정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상륙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용할 체중이 아닌 사람들도 구매하는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위고비 오남용 문제는 출시 이전부터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위고비의 부작용으로는 구토와 설사 등 위장 질환뿐만 아니라 두통, 담석증, 모발 손상,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망막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어 질환을 가진 환자는 투약을 자제해야 한다.
부작용도 문제지만 필요한 비만 환자가 아닌 정상체중인 환자들이 미용을 목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다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위고비를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는 추세다. 그중에는 비만 환자가 아닌 정상체중인 사람들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NS에서는 마른 체형의 사람도 구매했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 처방 대상을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하면 누구나 손쉽게 의사의 처방을 받고 구매할 수 있었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정상체중인 기자가 병원에 찾아가자 해당 사안은 '권고'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면서 처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실제로 비대면 앱을 통해 구매할 경우 처방하는 병원이 비만을 담당하는 가정의학과나 내과가 아닌 성형외과·산부인과에서도 처방해 주는 것이 확인됐다.

위고비 오남용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부가 방치한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다. 처방 대상을 '권고'로 지정하고 전공과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판매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판매 대상을 명확히 지정하고 처방하는 의사를 제한해야 한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