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14조5000억원과 소득세 8조4000억원이 줄어든 결과다. 법인세 큰손 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에 적자를 기록한 게 결정적이다.
게다가 예산 지출 구조도 경직적이다 보니 세수 오차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당국이 경기 예측과 세수 추계를 더 과학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세수 부족분을 기금과 지방교부금 감액으로 메꾸려는 발상도 문제다. 세수 부족을 메꾸려면 14조~16조원의 기금 전용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비상금으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이럴 때 쓰라는 돈이다.
지난해 이월된 공자기금은 4조원 정도다. 하지만 외국환평형기금에서 6조원을 또 전용해야 한다. 환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을 지난해 20조원에 이어 쌈짓돈처럼 돌려막겠다는 의도다.
서민 청약통장 납입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도 올해 처음 손을 댈 기세다. 주택자금마저 예산 메꾸기에 동원해야 할 만큼 예산 사정이 어렵다는 증거다.
이 밖에 지난해에 이어 지방교부금 6조5000억원도 집행을 보류한 상태다. 일종의 분납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다. 아무튼 최대 16조원의 기금을 재정지출에 투입하면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세수 결손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