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카드사들의 성적표를 보면 언뜻 ‘배부른 소리’로 인식할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우리카드 등 4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9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5% 개선됐다. 전체 카드사인 우리·KB국민·롯데·BC·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4168억원) 대비 822억원(5.8%) 증가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질을 따져보면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소비자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 대출수익 의존도가 우려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카드 결제에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본업 수익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0년 60%대에 달했던 카드사 수수료 수익 비중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 따라 사실상 강제적으로 인하해 2018년 절반인 30%대로 떨어졌고, 현재 20%대로 주저앉았다.
소비자 혜택이 축소되기 시작한 때도 이 당시부터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에 카드 혜택이 훨씬 좋았다. 전월 실적 20만원에서 30만원만 충족해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포인트 적립도 더 잘됐다. 연회비 수준도 현재보다 당연히 낮았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카드사와 가맹점이 협의를 통해 감당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모든 문제를 카드사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형적인 수익구조의 출발점은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한 적격비용 산출이라는 ‘제도적인’ 변화가 명백한 증거다. 금융 혁신이 제도에 가로막힌다면, 그것 역시 바꾸는 게 혁신이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대해 혁신이 없다며 비판한 바 있다. 카드사들은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은행보다 더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 다음 달에는 적격비용 산정이라는 또 한번의 장벽이 예고돼 있다. 지금은 주문보다도 혁신을 위해 바꿔줄 때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