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의 상·하 의원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누가 뭐래도 트럼프 당선인이 일으킨 ‘붉은 물결(red wave)’ 덕이다. 트럼프에게 한 표를 행사하려고 투표장에 나왔거나 우편 투표를 한 유권자들이 ‘줄투표’로 공화당의 상·하 의원 후보를 찍었다.
지금 세계가 트럼프 2.0 시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집권 1기의 경험을 거울삼아 트럼프의 컴백에 대비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완전히 달라진 인물로 백악관에 재입성할 게 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일반 투표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무엇이든 맘대로 하라고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한다. 트럼프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전례 없이 강력한 ‘국민적 위임(mandate)’을 주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약속을 했고,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폭주’를 예고했다. 그가 이번에 마지막 임기를 시작하기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장악함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치적 제도나 시스템이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에 이미 보수 성향의 판사들로 사법부를 꾸려 놓았고, 이번에 이 색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삼권분립 체계에서 단순히 행정부의 수반에 그치지 않는다. 집권당인 공화당을 통해 의회를 장악할 것이고, 이미 보수파 우세인 사법부도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대법원은 보수파 6, 진보파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대법관 결원이 생기면 트럼프가 지명권을 행사한다. 대법관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당이어서 상원은 거수기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처럼 제왕적 권력을 쥐고, 집권 2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앞으로 2년 뒤인 2026년에는 하원 의원 전원과 상원 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가 실시된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패배할 확률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이유로 취임 후 2년 동안 자신의 어젠다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일 것이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 현대차그룹과 한국 배터리 기업의 이해가 걸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미 진출 교두보인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의 시행 중단 또는 폐기 등이 모두 속전속결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려면 워싱턴의 이런 흐름을 인식해 서둘러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가 골든 타임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