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탄탄한 스토리나 독창적인 연출은 고사하고, 그저 익숙한 레시피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17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정년이’는 여성 국극(國劇)이라는 드라마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판소리를 비롯해 국악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리며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정년이'는 단순히 한 편의 드라마를 넘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K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 사례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차별화된 소재, 탄탄한 스토리 텔링, 높은 완성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시대적 배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국악이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년이’ 등 한류 드라마의 선전에 우쭐거리던 어깨는 국내 경제 상황을 돌아보면 축 처진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시에 바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 대선 이후(5~12일) 증시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터키(7.06%)이며,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한국 코스닥으로 -5.49%, 그다음이 한국 코스피로 -3.66%였다.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는 14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4만원대로 추락했다. 그다음 날 바로 5만원대로 반등하긴 했지만 ‘국민 주식’ 삼성전자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한국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지금 특단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 2기에 맞춰 여야 정치권은 정쟁을 잠시 멈추고 경제위기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회서 여야가 경제 전문가들로 TF팀을 꾸려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더 이상 한국 경제가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년이'의 성공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 문화와 경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 기업도 '정년이'처럼 자국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서둘러야 한다. 문제 해결은 의외로 누구나 알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정년이’의 성공에서 우리는 한국 경제의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강헌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emos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