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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챗GPT, '채식주의자' 요약해줘" 사유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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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챗GPT, '채식주의자' 요약해줘" 사유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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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슬기 기자
우리 일상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대 역할을 맡기는 것부터 리포트 작성과 자료 조사 등 AI의 힘을 빌리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AI가 도구로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인간이 가진 사유하는 힘이 약화되거나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나는 점이다.

특히 챗GPT를 활용해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요약을 요구하거나 영화, 드라마, 책의 줄거리에 대한 내용 정리를 부탁하는 것에서 그러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챗GPT에게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요약해줘"라고 주문해봤다.
3부로 나뉜 책 구성과 인물의 시점, 관계를 비롯해 한강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 감상문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다. 굳이 무언가를 소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추가로 "중학교 3학년 수준으로 원고지 8장 분량의 독서 감상문을 작성해줘"라고 부탁했다. 챗GPT는 '내'가 책을 선정한 이유부터 주인공 영혜의 행동 이유와 당위성 등을 서론과 본론, 결론에 걸쳐 1분 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마쳤다.
챗GPT가 기술한 결론 문장이 인상 깊다. 챗GPT는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채식이라는 주제를 넘어 인간 본성과 자유, 그리고 사회적 억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라고 감상평을 적었다. 기자는 여기서 '생각'이라는 표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금 존재하고 있음을 매 순간 확인받는다. 어쩌면 우리는 AI를 도구로 이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청 맡겨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깊어지는 요즘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