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이 예상을 깨고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이유다. 한은의 최우선 임무인 물가 안정보다 성장 둔화를 고려한 결정인 셈이다.
실제로 3분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을 보면 전분기보다 둔화한데다 4분기와 내년 전망도 어둡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이끈 요인이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을 보면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산한 연간 손실액은 450억 달러 규모다.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가 동시에 감소하면 실질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한편 환율 변동성도 키울 수밖에 없다. 수출 대책에 골몰하다 보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다.
한은의 11월 소비자동향지수가 전달보다 더 하락한 것도 최근의 소비자 심리를 잘 반영하는 대목이다.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어서라도 내수를 부양할 시기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정부와 여당도 내년 이른 시기에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그동안 추경에 부정적이던 기류와 다른 모습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눈치만 봐서도 안 되지만 시의적절한 위기 대응은 필요하다.
경기 대책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일본은행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결과 20년 경기침체를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
화폐 유통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최종 대부자 역할도 해야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실물 경제에 직접 자금을 주입할 수도 있어야 한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외환위기 이후 독립 운영 중인 한은도 경기 예측과 대응력을 키워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주도해야 진정한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