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8조원 규모의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추진, 2025년까지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등 대규모 지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보다 거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 반도체 무역전쟁은 앞으로 심각한 전 세계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에 맞서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통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경쟁에 대비하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겪으면서 도입됐다. 성과 중심 보상 방식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촉진하고 근로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특성이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일본 등 여러 반도체 강국들이 이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여당은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근로자 보호와 과도한 근로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논의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도입 여부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만약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반도체 특별법에서 제외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경쟁국들에 비해 기술 개발과 인재 활용에서 뒤처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 현재 미국, 일본, 대만 등은 이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로 기술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당이 근로기준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당이 환노위에서 노동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제를 예외로 적용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고 이를 연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노동계 출신 의원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도 "반도체 산업의 부진은 노동시간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영 실패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글로벌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경쟁국들의 지원은 막대한 수준이며, 한국은 간접적인 대출 및 세액공제 지원에 그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의 도입 여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보조금 지원, 근로시간 유연화, 인허가 간소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 기술 개발을 촉진하려는 목표가 있다. 특히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빠지게 되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현재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46%)·중국(16%)·일본(8%) 등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법안을 통해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란은 여야가 합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근로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반도체 특별법을 연내에 입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출범하면 반도체 산업에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칩스법은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고, AI 반도체 시장 급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주 52시간제에 대한 노동계 우려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으며, 민주당은 예외를 두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경쟁국들은 연구개발에 유리한 규제를 적용하는 반면, 한국의 경직된 규제는 불리한 상황을 만든다. 반도체 경쟁력을 지키려면 규제 유연성이 필요하고, 국회는 신속하게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