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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트럼프 눈에 비친 한국 계엄령·탄핵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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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트럼프 눈에 비친 한국 계엄령·탄핵 사태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 조야(朝野)는 한국의 난데없는 계엄령·탄핵 사태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 등 K컬처에 빠진 일반 미국인들도 'K-정치 드라마'(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 주요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한밤중에 충동적으로 계엄령을 발령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트럼프 당선인의 모습을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없는 계엄령 발령 권한을 부러워하고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대통령이 6시간 만에 계엄령을 해제하는 ‘굴욕’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윤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여겼을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를 동경하는 사실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미 라이스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블링클리 교수는 “트럼프가 독재자들이 정적을 파멸시키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의 제임스 다우니 해설위원은 6일(현지 시각) “한국이 트럼프에게 경고장을 날렸다”면서 “민주당이 이끄는 야권의 용단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전 세계인이 눈을 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한 이후 철권통치를 감행할 때 미국의 민주당과 반트럼프 진영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국의 사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계인 미국 CNN의 M. J. 리 기자는 트럼프 당선인“자신의 적을 쫓는 데 군대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던 인물로 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한국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의 행동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막으려고 했던 트럼프 당선인을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럼프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미 의회의 바이든 대통령 승리 인준을 막으려고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분명히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면서 “그가 취임 첫날에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고, 내부의 적에 군을 동원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미국에서는 주지사가 과거에 수십 번에 걸쳐 계엄령을 발동한 전례가 있으나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 발동한 계엄령이 있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으로부터 ‘내란 주동’ 혐의로 탄핵 공세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1·6 의회 난입 사건으로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22년 12월 19일 미 하원 조사특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트럼프를 내란 선동 혐의로 형사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겨 내란선동한 혐의트럼프에게 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삭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수파가 6대3의 비율로 다수를 차지한 연방 대법원은 올해 3월 4일 트럼프의 대선 경선 출마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기면 내년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험난한 한·미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 같은 스트롱 맨에게 약하고, 약한 지도자를 깡그리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계엄 사태로 백척간두에 선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심지어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도 지금 한국 정부 인사들을 잘 만나주지 않는다. 그러니 트럼프 측 인사와의 접촉은 언감생심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