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이 트럼프 사단의 한 축을 차지했다. 정치권과 가급적 거리를 두려고 했던 테크 기업 인사들이 이번에는 워싱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오른팔 자리를 굳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스케일AI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한 마이클 크라치오스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자리를 차지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데이비드 색스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백악관의 ‘인공지능·가상화폐 차르’가 된다. 우버 임원 출신인 에밀 마이클은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 자리를 꿰찬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수장으로는 억만장자 기업가인 제러드 아이작먼이 지명됐다.
실리콘밸리와 마가 세력의 이번 충돌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정책 혼선과 정부 여당 내 파벌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분쟁을 즐긴다. 그는 주요 정책을 놓고 측근들이 혈투를 벌이면서 자기의 지지를 얻으려고 충성 경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의 언론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테크 세력이 처음으로 워싱턴에 진출했고, 그들의 세계관은 마가 운동 세력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두 세력 중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4년 동안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집권 2기에는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골수 마가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케빈 해세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정통파’와 함께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테크파’ 간 삼국지가 예상된다. 골수 마가파는 반무역, 반이민, 반규제 등을 내세운다. 공화당 정통파는 감세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실리콘밸리 테크파는 규제 철폐와 혁신을 중시한다.
트럼프 정부 집권 2기에 이들 3대 세력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대결과 충돌을 일삼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 내 이런 파열음으로 미국의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치고, 경제 진로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대응책을 놓고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위기를 서둘러 해소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