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까지 실손 개혁만 무려 네 차례 단행했지만, 적자를 막는 데 실패했다. 다만 이번 개혁이 이전보다는 다소 수위가 높은 만큼, 실손 개혁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기존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손 이용이 적은 가입자의 경우, 써보지도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3578만 건)의 65%는 보험금을 받아본 적 없고, 상위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수령했다. 손해보험 4개사 취합 자료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 상위 10%의 가입자가 비급여 지급 보험금의 62.8%를 타 갔다.
정부와 보험사에서는 일부 가입자들을 향해 ‘의료쇼핑’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주범으로 몰아가면서 실손 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크게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진료행위를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도 질타받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충분한 경험적 통계’ 없이 보험을 만든 보험사들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보험사들은 매년 수조원대 실손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실패한 상품’이라는 점을 인정한 적이 없다. 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탓했고, 가입자들을 보험사기범으로 몰아갔다. 그게 그렇게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면 수십 년 넘도록 매년 수조원이 넘는 보험금을 왜 지급했나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현장에서 진료행위 위축도 우려된다. 병원 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실손 보유 여부에 따라 치료 옵션이 크게 달라지는 사례도 흔하다. 보험업계에선 이걸 악용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실제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의료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실손 개혁이 오히려 질 좋은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실손 개혁의 핵심이 중증질환 중심의 보장 강화라고 한다. 앞으론 중증환자 아니면 이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질병·상해 치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실손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실손 개혁 과정에서 가입자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