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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치광이 전략'에 몽골 기병식 속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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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치광이 전략'에 몽골 기병식 속도전으로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20일(현지시각) 출범하면서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가 한국산을 포함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경제팀은 10~20%의 관세를 한꺼번에 매기기보다는 매달 2~5%씩 올리면서 무역 상대국과 협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할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내정자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안보 우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20~50%의 관세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이들 동맹국이 내는 관세율은 평균 2%가량이다.

트럼프는 특히 집권 2기에 국내외 정책 어젠다를 추진하면서 ‘미치광이 전략(madman’s theory)’을 동원할 것임을 예고했다. 보편 관세와 중국산에 대한 60%의 관세 부과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해협을 손에 넣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소련을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하면서 베트남 전쟁 종식을 시도할 때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말을 썼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면서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했다. 트럼프 집권 1기에 유엔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가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이를 증언했다. 트럼프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대규모 폭격 위협을 가하면서 “그들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했다고 헤일리가 증언했다.
트럼프가 보편 관세와 중국산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실행에 옮기면 미국과 세계 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 미국에서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그 무엇보다 주가를 경제 성적의 척도로 여긴다. 그는 주가가 오르면 신이 나서 자랑한다. 미국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미국과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침몰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관세를 대외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그 대상을 ‘특정 품목’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든다.

문제는 트럼프가 세상을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간 제로섬 게임으로 본다는 점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미치광이처럼 나오면 상대국이 어쩔 수 없이 굴복할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잔뜩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트럼프가 허세를 부린다고 여기면 상대국도 대미 보복에 나서는 등 역공을 가하면서 버틴다. 세계 각국은 지금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이 단순히 협상 전략인지, 아니면 진짜 실행 계획인지 가늠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외국의 지도자에게 허세를 부렸다가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실제로 보편 관세를 도입해 세계 무역 대전이 발발하는 시나리오가 투자자에겐 최악이다. 이렇게 되면 뉴욕 증시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글로벌 금융 공황이 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대외 무역 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 역시 트럼프가 운전대를 잡은 폭주 기관차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대미 수출 전선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이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한국의 사활이 걸린 통상외교 전쟁의 막이 올랐다. 초반에 밀리면 승산이 없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몽골 기병식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