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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압박 협상, 허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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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압박 협상, 허점은 있다!

박무승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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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승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우리가 왜 손해를 봐야 하죠? 동맹이란 이름으로 미국의 돈을 뺏아가는 일은 이제 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그가 협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동맹관계마저 철저히 거래로 간주하며, "America First"라는 명분 아래 상대방을 압박해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과연 항상 효과적일까? 대한민국은 그의 방식에 논리와 전략으로 맞섰고, 이는 협상의 판을 완전히 뒤집는 사례가 되었다.

2018년 트럼프는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산업 보호를 외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관세 부과로 미국 자동차와 건설 업계는 철강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제조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철강 관세 탓에 제조 원가는 평균 5% 증가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부담으로 돌아갔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을 활용해 관세를 우회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효과만 초래했다. 한국은 수출 물량 제한을 통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었고, 철강 관세를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더 큰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그러나 이 관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일본에도 철강 관세를 부과했지만, 정작 2019년에는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일부 관세를 면제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유럽연합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왜 한국에는 더 강경하게 나왔을까? 이는 한국이 이미 방위비와 무역 협정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히려 미국 제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트너임에도 일본과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이중 기준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의 협상 테이블은 언제나 숫자로 가득했다. 그의 또 다른 타깃은 방위비 분담금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9억 달러인 한국의 분담금을 무려 50억 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했다. '한국은 충분히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강경했지만, 문제는 그 근거였다. 미국 국방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주한미군 운영비는 연간 약 20억 달러 수준으로 트럼프가 주장한 금액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트럼프는 일본에 약 4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도, 결국 일본 정부가 기존 방위비를 조금만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일본이 낸 방위비가 여전히 한국보다 적었는데도 말이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도 비슷한 압박을 가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방위비 증가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한국에 이렇게 집요하게 나오는 것일까?

트럼프가 한·미 FTA를 "미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쿼터를 두 배로 늘리고,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협정이 수정되었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무역적자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산 농산물의 5대 수입국으로 남아있었고,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일본과의 FTA에서는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규제를 거의 손대지 않았던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에서는 유독 한국을 향해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수입을 적극 늘려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집착한 산업은 반도체였다. 그는 "반도체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압박은 오히려 미국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70% 이상을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을 무시하거나 지속해서 압박한다면, 미국의 첨단 기술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 의무를 상대적으로 덜 요구받으면서도,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은 한국 기업에 대한 트럼프식 요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보여준다.

트럼프의 협상법은 강대국의 힘을 전면에 내세운 압박과 거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논리와 데이터 그리고 협력의 가치를 기반으로 대응했다. 한국은 '이익'과 '위험'이라는 두 가지 축에서 트럼프의 전략을 분석하고, 미국이 더 이상 강압적으로 나올 수 없도록 판을 새로 짰다. 철강 관세는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인상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 자체를 위협했다. 한·미 FTA의 재협상은 미국 경제에도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었고, 반도체 압박은 미국 기술 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 위험이 컸다.

결국 협상이란,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기술이다. 대한민국은 트럼프에게 너무나도 합리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대안을 제시했다. 강압적인 요구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안전하고 현명하며 이익이 되는" 선택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관련 인사들과 기업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국제 협상력은 더 큰 도약을 필요로 한다. 필자가 개발한 전략적 협상 인공지능(AI) 플랫폼인 '네고메이트'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논리적이고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협상 지원 시스템이다. 대한민국의 협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무승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