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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고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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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고 당기기'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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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대사가 최근 북한 특사로 임명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북 접근은 한국을 배제하는 ‘패싱’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핑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초반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 대통령 부재 시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리처드 그레넬을 대북 특별임무특사로 임명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넬의 임명은 북한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그는 협상보다 압박 중심의 접근법으로 논란이 있었던 인물로, 이번 인선은 미국의 강경 대북 기조를 강화하려는 신호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잘 지낸다”며 취임 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1기 재임 중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동결과 긴장 완화만 이뤘고, 핵 보유국 북한의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낳았다. 한국은 과거 ‘코리아 패싱’을 경험한 바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북핵을 인정할 것인가?

리처드 그리넬 북한 담당 특사 임명한 이유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로, 외교적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험이 있다. 이번 트럼프 대선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강조해 트럼프의 정상 외교 재개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북한 담당 특별대사로 임명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빠른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된다. 한국 패싱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외교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1기 행정부는 비핵화를 원칙으로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핵 동결과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한 북한의 제안을 거부하며 원칙을 고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핵화보다는 북한 핵 능력의 묵인으로 비춰졌다. 김정은은 핵 동결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경제 지원과 제재 완화를 얻으려 했고, 비핵화 약속은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현실적 접근 방식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했으며, 한국 배제를 암시하는 경제·외교적 거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새로운 다자 협상 틀을 모색하며 북한에 핵 포기의 명분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려 했다. 다가올 2기 행정부는 국제적 우선순위와 외교 업적을 고려한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대화의 국제적 파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 내에 종전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우쿠라이나 전쟁이 종결된 시점에서 북한 핵과 북미 회담은 효과를 얻기 쉽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더 우세하다. 중국은 실리를 추구하며 미국 외교를 견제하고 대만 문제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대미 대화를 경계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가 미국 군사 개입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약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중국은 2035년까지 이를 1500개로 늘리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미 대화를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기회로 보며 이를 지지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며, 핵 교리 완화와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러의 군사적 경쟁 심화와 북핵 문제의 국제화가 우려된다.

한국의 입장과 대처 방안


한국은 북핵 문제에서 중재자이자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다자 협력 구조를 통해 한국 주도의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며 북한과의 대화도 병행해야 한다. 경제 협력과 군사적 신뢰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 기반을 마련하고, 미·중·러의 이해관계를 분석하여 다층적 외교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으며, 북미 대화에서 한국이 완전히 배제될 우려가 있다. 과거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에는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상대하며 북미 대화를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 상태로 접어들고, 러시아가 북미 정상회담에 개입할 경우,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북한 문제를 협상하는 이중적 구도에 놓이게 될 것이다.

김정은 역시 북·러 군사 동맹 강화를 통해 북미 대화가 재개될 때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당사국과 주요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