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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북극 항로 경쟁,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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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북극 항로 경쟁, 남의 일 아니다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인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사의 내빙 선박 '벤타 머스크호'(3600TEU급). 사진=BPA/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인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사의 내빙 선박 '벤타 머스크호'(3600TEU급). 사진=BPA/뉴시스
북극해와 항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촉발한 게 1987년 무르만스크 선언이다.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이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따라 북극권 개방과 북극 평화지역 설립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북극해를 통과하면 아시아와 유럽 간 바닷길은 4분의 3으로 줄어든다. 부산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2만2000㎞ 거리를 북극해를 거치면 1만500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운송 시간도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에 대한 규칙을 1991년에 공표한 이유다.

기후와 군사 전략적 이유로 폐쇄했던 북극해 항로를 다른 나라에도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노르웨이와 일본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국제북극항로 계획(INSROP)을 만들며 동참했다. 이어 북극해 인접 8개국이 참여하는 북극이사회도 만들어졌다. 이른바 북극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보호 등 공동 문제에 협력하기 위한 기구다.
우리나라도 2002년 북극과학위원회 가입을 계기로 북극 다산기지를 만들어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쇄빙선 아라온호도 한진중공업에서 제작해 2009년부터 극지 연구를 돕고 있다.

하지만 2026년 투입할 예정이던 북극 전용 쇄빙선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공전(空轉)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차세대 쇄빙선 확보에 나선 일본의 경우 올해 3월 진수식을 거쳐 내년 11월 실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도 해양지침서를 만들고 해운·조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북극 지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은 러시아와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회동에서 양국은 북극 에너지 개발 협력도 약속했다.

그린란드 매입 시도에 이어 북극해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미국의 목적은 자원 탐사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조만간 열릴 북극 항로를 장악하기 위해 대비해 나가는 모양새다.

한국은 조선 강국이면서도 쇄빙선조차 제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북극 항로에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