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문화를 대표하는 개념에는 에드거 샤인의 MOCM(Multi-layered Organizational Culture Model)이라는 것이 있다. 샤인은 "조직문화란, 조직 안에서 일정 패턴을 갖는 조직 활동의 기본 가정 또는 전제, 믿음이다"라며 조직문화를 세 가지 층위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다. 그 첫째 층위는 구성원이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눈에 보이고 체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표면적 현상이다. 회의나 소통, 조직문화 활동이나 회사 곳곳에 걸린 포스터, 오피스 공간 등에 나타난다.
둘째 층위는 비전이나 미션, 핵심 가치처럼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혹은 그렇게 여겨줬으면 하는 것이다.
마지막 층위는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 가정의 영역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져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 또는 관계 맺는 패턴을 통해 드러나는 신념과도 같다.
우리 인간은 기존 가정이나 믿음이 깨질 때 아주 큰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변화 저항성이 나타나게 된다. 샤인은 구성원들의 불안과 저항을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변화 수용적인 상태가 될 수 있게끔 도와 표면적인 변화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조직의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해빙(Unfreeze) 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때 많은 리더나 변화관리 담당자는 앞으로의 조직 존속에 치우쳐진 나머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과거는 잊고 미래를 위해 변화만 끊임없이 외치게 된다. 다만, 구성원은 변화에 대한 저항과 반발이 커진다. 해빙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과거와 현재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더 나은 상태가 되기를 원하지만, 익숙한 것을 버리고 미지의 상태로 나아가는 것에 저절로 동기가 부여되진 않는다.
변화(Change) 단계에서는 앞으로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얘기하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을 하나 덜고, 낯선 것을 하나 얹는 방식으로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세상은 너무 급박하게 변화하기에 초조함과 조급함을 느낀 나머지 익숙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감행한다면 구성원들은 변화를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얼어붙고 말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과평가를 진행한 적 없는 조직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조직에 성과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상당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할 것이다. 다만, 성과평가를 통해 불이익이 아닌 이익을 더하는 방향을 알려주고, 평가 항목이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평가가 위협이 아닌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라고 인식할 수 있다. 즉 설득과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갈 때 우리의 변화가 실행된다.
마지막으로 재동결(Refreezing)을 해야 한다. 재동결이 됐음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조직에 필요한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변화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이것이 눈에 보이고 체화할 수 있는 풍토로도 자리하기 시작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시대의 조직은 대대적인 해빙과 변화, 재동결의 과정을 이루고 한 세월을 꿋꿋하게 나아가는 것이 아닌, 일부분의 해빙과 변화, 재동결, 또 다른 부분의 해빙과 변화, 재동결. 이렇게 끊임없이, 평생을 반복해 나가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장 먼저 재정의되어야 하는 구성원의 인식은, 변화는 나쁜 것이 아니며, 변화 수용성과 유연성을 갖추어서 어떤 상황에도 얼어붙지 않게끔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결국 변화관리의 핵심은 구성원의 내재된 두려움을 안심시키고, 인정과 공감을 통해 변화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작은 성공과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 입장에서는 마치 과거와 같은 큰 성공도, 큰 위협도 없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한시도 안정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안정은 모험의 반댓말이 아닌, 내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고민하고 촉진해야 하는 상황에 계신 모든 이들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또 우리의 중심을 잘 짚어가며 무섭기보다는 흥미롭고, 귀찮기보다는 재미있는 변화의 여정을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