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24일 기준 619조9272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 이후에만 11조3863억원 줄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예금금리를 낮게 유지한 결과다.
예금계좌에서 이탈한 자금은 금이나 미 국채 등으로 몰리는 중이다. 금 가격이 최근 온스당 33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9170억원 규모다. 통장으로 금 투자를 하는 골드뱅킹 잔액이 9000억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 가격이 실질금리나 달러화와 역의 상관관계라는 이론으로는 최근의 금 가격 강세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분명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과 국제질서 변화 등이 금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미 국채 보유를 통한 달러 매수도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650억1066만 달러다. 지난해 말보다 12억 달러 정도 증가한 수치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가 1.75%p 벌어진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 2년간 고환율 국면에도 강달러에 대한 기대감이 식지 않은 결과다.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달러 가치가 하락할 요인에도 달러 매수세는 줄지 않고 있다.
자금 이탈에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금리인하로 시장에서 조달하는 비용인 코픽스 금리는 4개월 연속 내리는 것과도 무관하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배경에는 당국의 책임도 있다. 이른바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라는 관치(官治) 압력 탓이다. 이게 오히려 은행의 이자 장사를 돕고 있다. 대출금리를 내리면 수요가 몰려 총량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당분간 투자자금 이탈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