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준공 후에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있어서다. 미분양으로 인해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만 84곳에 이른다.
철강 구조물 건설업체인 거흥산업 등 전문건설 업체까지 포함하면 600곳이 넘는다. 건설업계가 4월 위기설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업체도 급증세다. 건설 경기 악화로 우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00위권에 드는 중견 건설업체 중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달 초 수원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년 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나 최근 재정 상태가 다시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신동아건설에 이어 지난달 삼부토건·대저건설·안강건설 등도 법정관리 상태다.
법정관리는 법원에서 제3자를 지정해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채권만 다루는 워크아웃과 달리 하도급 상거래 채권도 법원 결정에 따라 청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건설업계 경영이 위태롭다는 신호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엔지니어링의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468.3%다.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 428.8%를 앞서는 수치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형 건설사 중에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회사만도 한화(611%)·코오롱글로벌(560%)·HJ중공업(498%)·HL D&I(261%)·SK 에코플랜드(251%)·GS건설(238%)·롯데건설(217%) 등 부지기수다.
이 밖에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대형 건설사도 많다. 채권단과의 협상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60개월 만에 최고조에 이른 것도 건설사 자금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당국의 면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