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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가족공유, 갤럭시+알뜰폰엔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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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가족공유, 갤럭시+알뜰폰엔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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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기자의 아이패드 프로(11인치)를 탐냈고, 기자도 신형 아이패드 프로(13인치)를 갖고 싶은 욕구가 맞아떨어져 마침내 구형 아이패드를 딸에게 양도했다. 사실 기자의 패드에 딸의 그림 그리기 관련 앱, 각종 영상 편집 앱, 그리고 게임들이 설치되는 게 탐탁잖았던 터라 이참에 딸이 사용하는 아이패드를 본인 계정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미성년자가 아이패드 계정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성인 인증을 해야 했다. 성인 인증 방법은 4가지. △신용 또는 체크카드 △카카오페이 △휴대폰 △PAYCO(왜 페이코만 영어로 쓰여 있는지 모르겠다) 중 한 가지로 신원을 인증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도 도무지 인증이 안 된 것이다. 어떤 오류인지 설명도 없이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무한 반복됐다. 신용카드 번호 16자리 입력, 애플 ID와 비밀번호 입력, 카드 유효기간과 CVC 코드를 수십 번은 입력했다. 비자카드가 안 돼서 다른 비자카드도 사용해봤고, 그래도 안 돼서 마스터카드, 체크카드, 해외 발행 카드도 다 시도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나타났다.

그래서 퇴근길에 있는 잠실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뭐가 문제인지, 혹 패드가 문제인가 싶어 2대 패드를 모두 가지고 방문했다. 친절한 직원이 뭘 도와줄까 물었고, 기자는 "딸이 아이패드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친절한 직원도, 시간이 다소 소요되자 추가로 등장한 직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선, 신원 인증은 아직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그렇다면 '신용 또는 체크카드' 항목을 비우거나 표시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직원이 제시한 두 번째 방법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인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패드에 카카오페이를 설치했고 로그인을 마쳤으나 아이패드에서는 인증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스마트폰 내 카카오페이를 염두에 둔 듯했다. 아이패드에서 카카오페이를 설치하고 인증이 안 되자 당황한 직원이 "아이폰 안 쓰세요?"라고 물었다.

아니, 애플 아이패드는 갤럭시 사용자에게는 이렇게 난도가 높아야 하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기자에게 직원은 페이코를 설치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페이코도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원은 "그럼 휴대폰으로 인증하면 안 될까요?"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휴대폰 인증은 이통3사만 지원했다.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에게까지 애플은 성인 인증의 은총을 내려주지 않았다.

모든 방법이 다 막히자 직원이 내놓은 대안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라"는 것이었다.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직원의 응대 자체는 친절했다. 결국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사가 원격제어 동의를 요구한 뒤 앞서 실패한 방법을 재차 검증했다. 그러자 상담사가 내놓은 해법은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얘기해 아이폰을 빌린 뒤 아이폰에 로그인하고, 앱스토어에서 카카오페이 앱을 설치한 후 카카오페이에 로그인해 인증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기막힌 방법대로 해 결국 기자의 성인 인증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딸과 아이패드 가족 공유로 묶일 수 있었다. 애플은 갤럭시와 알뜰폰 사용자에게는 정말 자비 없었다. 부디 이런 불편함이 개선되길 바란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