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전자업계는 캐나다·멕시코에 공장이 있어 피해를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책을 제시하거나 제시하려는 움직임조차 없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상황이 혼란해졌기 때문이라는 핑계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인 지난해 중순부터 관세 부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이에 대응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했던 셈이다.
반면 미국과 관세 전쟁 중인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로 맞대응에 나섰고, 멕시코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 등을 미국에 인계하는 등 미국의 관세를 두 번이나 연기시키면서 훌륭한 대응을 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국민들도 이러한 지도자들의 외교정책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사용할 카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노후한 조선업의 사업파트너가 사실상 국내밖에 없어 매달릴 수밖에 없고, 인공지능(AI) 기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도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다. 당장 공급을 끊는다고 하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도 치명적이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맞대고 있다는 점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충분히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의지다. 정치권에선 말로는 시급하다고 하면서 시간만 소비하고 있다. 타국에서는 이미 논의를 끝내고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국내는 형평성을 이유로 직접적인 보조금도 지급하지 않는데 반도체특별법 제정 논의만 5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그사이 국내 기업들은 정부 없이 트럼프 정부와 맞서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