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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美 워싱턴에서 나오는 '신호'와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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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美 워싱턴에서 나오는 '신호'와 '소음'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가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천하다. 그가 지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가 시작한 관세 전쟁의 전황은 시계 제로다.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관세 100%, 200% 얘기가 서슴없이 나온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위스키에 부과하기로 한 50% 관세를 즉시 폐기하지 않으면 EU 국가에서 제조된 주류에 2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나 품목에 관세를 매기고, 해당 국가가 반발하거나 보복 조처를 하면 더 높은 관세율로 위협을 가한다. 캐나다를 비롯해 여러 국가가 그런 트럼프 앞에 굴복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고, 미국이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2개월을 앞두고 미국 내부에서 피로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고통을 참아달라고 하지만, 미국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일반 소비자 그룹에서 무역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N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경제 상황나빠졌다고 답했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자는 28%에 그쳤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관세 정책으로 인해 생필품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황금기’가 올 때까지 미국인들이 과연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엄청난 경제·정치 도박’으로 규정하면서 산업 부흥이라는 요원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인이 수개월이나 수년간의 경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미국인들은 물가 하락, 신규 일자리 증가, 경제 성장 등의 약속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지금 속된 말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치고 있다. 그가 ‘미국과 세계의 정치·경제 재균형’이라는 집권 2기 목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조짐이 전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과 내각을 충성파 예스맨 일색으로 꾸렸다. 이들은 충성 경쟁을 할 뿐,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곧 향후 미국과 세계 경제의 진로가 갈수록 더 불확실해지고, 불안정성이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모든 경제 주체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지정학적 불안이나 경제 정책의 혼란이 예상되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이는 곧 고용시장 위축, 실업률 증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수요 감소로 인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미국과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일 뉴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최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 여전히 크다"며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면서 신호와 소음(noise)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워싱턴에서 나오는 신호와 소음을 정확히 구분해야 '트럼프 맞춤형' 대미 협상 전략을 짤 수 있다. 트럼프 측과 대면 접촉을 다각화할수록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가 더 쉬워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