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뜨겁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 등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전기차·배터리 등의 대미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던 ‘수출자율규제(VER)’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대미 협상용' 일본의 수출자율규제 모델
1980년대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출자율규제’를 도입했다. 일본은 자발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이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VER 모델에서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을 살펴보자.
첫째는 선제적 협상력 확보다. 일본은 수출 규제를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한국도 미·중 갈등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는 산업 보호와 국제 협력이다. 일본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미국과 협력했다. 한국도 핵심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잘 조율해야 한다.
셋째는 위기 관리와 장기적 전략이다. 일본은 기술력 강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했다. 한국은 단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교훈은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국익을 지키고, 무역 갈등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선택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제품 전반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4월에는 새로운 상호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는 중국의 과잉 생산이 글로벌 공급망을 왜곡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대미 수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트럼프의 압박을 완화하려고 한다.
이런 조치는 미국에 ‘명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이 자국 내 핵심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복합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590억6000만 달러로 추산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CATL과 BYD를 중심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과 EU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아시아와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선택
그렇다면 한국은 미·중 관세 전쟁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가 대미 수출 제한을 받으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국이 자동차·철강 관세를 높이면 국내 자동차 기업과 철강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무역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므로, 정부와 기업은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유연한 외교·경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자국 공급망에 끌어들이려 하고, 중국은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전기차와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대미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일본의 ‘수출자율규제’ 모델을 연상시키며,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전략광물 수출통제 등 보복 조치를 예고함으로써 미국 농산물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선사의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해운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해운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미·중 갈등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