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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직무·역량 넘어 스킬에 기반한 인적자원관리를 모색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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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직무·역량 넘어 스킬에 기반한 인적자원관리를 모색해야 할 때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기업 조직에서 인적자원관리는 기본적으로 직무(job)와 그에 따른 역량(competency)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인력의 채용과 육성, 평가, 보상 등과 같은 HR 정책과 제도가 실행돼온 것이다. 반면, 스킬 기반 인적자원관리(Skill-Based HR)는 1990년대부터 그 개념이 등장해 발전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인적자원관리 분야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스킬 기반 HR’이란, 역량보다 구체적인 작업 수행 능력인 스킬을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고 육성하는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변화가 빠른 시장 환경에서 기업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개인에게는 즉각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인 접근 방식이다. 특히 MZ 세대처럼 자기 계발과 발전 기회를 중요시하는 구성원에게 좀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역량은 특정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행동·태도 등을 포괄하지만, 스킬은 여기에서 더 세분화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다소 추상적인 수준이라면, 스킬은 ‘프레젠테이션 제작’이나 ‘이메일 보고서 작성’처럼 더 구체적이고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스킬 기반 HR은 조직이 직원들의 스킬을 가시화하고, 시장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채용·교육·배치·평가·보상 등 인사 전반에서 스킬 중심으로 더 세밀한 인력 운용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시대라 할 수 있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킬 중심의 인력 관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 IT 관련 테크 기업들에서 이러한 경향이 빠르게 확산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기업 내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스킬을 자료화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스킬 기반 HR을 도입하면 민첩한 인력 운용이 가능해진다. 기업은 사내 인력의 스킬 정보를 수시로 최신화하고, 필요한 프로젝트나 과업에 적합한 인력을 즉시 찾아 배정할 수 있다. 개인도 스킬을 중심으로 경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를 자기 브랜딩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을 업무에 활용하려면, 유연한 학습과 스킬 획득이 필수적인데 특정 주제의 교육을 단체로 수강하는 집체교육 방식으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측면이 있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에서도 3년 동안 예산을 투자해 전 직원의 수행 업무와 보유 역량 또는 스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경력 개발 경로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들이 입사부터 현재까지 수행한 업무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 업무나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받을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업무 경험 지도를 구축해 이전에 수행한 업무 경험을 요약해 알려주고, 앞으로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기업들이 스킬 기반 HR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스킬 기반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는 내부 인재 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직무가 없는(Jobless) 조직 구조 개념이 생겨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변화의 폭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인력을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HR을 통해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고, 직원들이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이끌 수 있다. 앞으로 스킬 기반 HR은 기업의 인사와 육성 전반에 걸쳐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에 따른 기업 차원의 대응과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