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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4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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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4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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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성가신 꽃샘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차가운 땅속에서 긴 시간을 견딘 새싹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민다. 산수유가 피고 생강나무꽃이 피고, 청매화·홍매화가 새초롬히 피어나 이 땅에도 봄이 왔음을 조용히 일깨워주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꽃나무 가지마다 어여쁜 꽃들이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여리디여린 초록의 새싹들이 언 땅을 비집고 지상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하지만 이번 봄은 무연히 맞이할 수가 없다. 열흘 동안에 걸쳐 경북 지역의 산과 들을 까맣게 태워버린 대형 산불 때문이다. 산의 초목들뿐만 아니라 마을과 농작물까지 태워버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많은 이재민까지 발생시킨 봄철 산불은 국가적 재앙이 되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산림 인근 농가의 농작물 소각, 입산자의 부주의한 행동이 순식간에 산과 들을 집어삼키는 봄철 산불은 봄의 복병이다.

산불이 나면 수십 년 자란 나무들과 피어나던 봄꽃들과 새싹들도 순식간에 불길 속에 쓰러져 사라지고 만다. 수십 년 정성 들여 가꾼 숲이 사라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미국에서 최초의 소방서를 만들고 세계 최초의 소방차를 만든 벤저민 프랭클린은 "An ounce of prevention is worth a pound of cure(한 온스의 예방이 한 파운드의 치료보다 낫다)"라고 말하며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대부분의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산행할 땐 절대로 인화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산림 인근에서의 농작물 소각은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를 받고 안전하게 실시해야 한다. 특히 강풍이 부는 날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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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이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목의 생장과 외형적인 모습은 이전의 70~80%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한다. 하지만 산림 토양, 서식 동물 등 전반적인 산림의 생태계는 20년이 지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생명이 다시 돌아오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화재 예방은 숲을 지키고 자연과 생명을 보호하는 실천이다. 산불로 인해 타버린 산천에도 봄은 오고 여린 새싹들은 돋아날 것이다. 비록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수십 년, 백 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은 이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 초록으로 짙어질 것이다. 나는 시간의 힘과 자연의 회복력을 믿는다.

화마에 시커멓게 그을린 채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TV 화면으로 보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다. 일찍이 시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탄식했지만 나는 ‘타버린 산야에도 봄은 온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문밖만 나서면 천지간에 온통 꽃 세상이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눈길 닿는 곳마다 꽃이 눈에 들어온다. 담장을 따라 피어난 샛노란 개나리의 행렬이며 눈부시도록 화사한 살구꽃과 한껏 부풀어 오른 백목련 꽃송이가 햇살의 간질임에 터져 오른다. 산에는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바람꽃 같은 들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은 일제히 초록의 새순들을 내밀어 초록으로 짙어질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벚꽃이 4월의 전설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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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봄은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이겨 우리를 찾아온다. 화사한 봄꽃들의 눈부심도 아름답지만, 초록은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초록은 치유와 회복의 색이라서 초록의 숲에 들면 우리의 몸은 안정감을 느끼고 긴장이 완화된다.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봄 숲에서 희망을 찾는 4월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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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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