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머들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출시된 '아랑전설'의 캐릭터 다수를 제치고 아랑전설, 나아가 격투기와도 상관 없는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앤디 보가드', '죠 히가시' 등 원년 멤버들은 출시 당시에는 포함되지 못해 확장팩 참전 캐릭터로 밀려났다. 한국을 상징하는 캐릭터 '김갑환'이나 또 다른 인기 캐릭터 '야마자키 류지' 등 아예 명단에 오르지도 못한 캐릭터들도 부지기수다.

SNK가 팬들이 당황할 정도로 뜬금 없는 컬래버레이션을 성사시킨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가 있다. SNK의 모회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보유한 게임사 EGDC(일렉트로닉 게이밍 디벨롭먼트 컴퍼니)다. 호날두 역시 사우디 프로리그의 알 나스르 FC에 소속돼있다.
사우디의 콘텐츠 분야 투자는 탈 석유,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한 '비전 2030'의 일환이나, 때로는 이러한 투자가 '뜬금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최대 게임행사 지스타에서도 사우디 '키디야' 전시 부스에 게임과 큰 관련이 없는 장원영 등 셀러브리티들이 대거 방문했다.
같은해 2월 사우디 프로 축구 리그에선 세계적인 프로레슬러 '언더테이커'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세레머니를 한 것이 국내외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언더테이커 역시 축구와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사우디의 콘텐츠 분야 행보는 유의미한 미래 투자라기 보단 무분별한 '오일 머니 뿌리기'로 비춰진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졸부 마누라가 돈 쓰는 듯 하다"는 촌평을 남길 정도다.
오일 머니가 콘텐츠 업계 전반에 뿌려진다면 그 흔적 또한 남는다. 당장 국내에도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기업의 주요 주주가 다름 아닌 사우디 펀드다. 지금이야 '졸부 마누라'처럼 쉽게 지갑을 여는 투자자로 보이겠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단순 투자로 보고 넘기기 보단 경각심을 갖고 향후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