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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韓 대행은 왜 하필 CNN과 인터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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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韓 대행은 왜 하필 CNN과 인터뷰했나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처음으로 통화했고, CNN과 인터뷰했다. 그는 이 방송에 “(미국에) 맞서지 않고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일본과 협력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 대행은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대행은 “그런 식의 대응이 상황을 극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특히 한·중·일 3국 중에서도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미국 주류 언론을 통해 한국이 중국 편에 가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 조야(朝野)에 전달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한국 등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조처를 90일간 전격 유예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45%로 올린 것은 중대한 전략 수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애초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최우선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그 동력으로 다른 나라와 순차적으로 타협하면서 중국을 포위할 계획이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9일 워싱턴DC의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그들은 좋은 군사동맹이었지만, 완벽한 경제동맹은 아니었다”면서 “우리단체로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일본·한국·인도·베트남 등 중국 주변의 여러 국가가 미국에 보복하는 대신 협상하려고 한다”면서 “중국은 기본적으로 포위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이런 마당에 중국 편들기에 나서는 듯한 인상을 주면 모난 돌이 정 맞는 식으로 미국이 한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세가 정점에 이른 시점이어서 그의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러니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한 대행이 미국 주류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매체를 잘못 골랐다는 데 있다. 한 대행은 CNN이 아니라 폭스뉴스 또는 폭스비즈니스뉴스를 선택해야 했다. CNN이 반트럼프, 폭스는 친트럼프 매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트럼프는 미디어 마니아다. 그가 수시로 폭스뉴스를 보면서 주요 정책의 방향을 잡는 사실은 워싱턴 정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폭스뉴스 출연자를 각료와 참모로 대거 발탁한 것만 봐도 폭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한 날 아침에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폭스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하는 것을 시청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다이먼은 이때 관세로 인한 뉴욕 증시의 주가 폭락 사태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 분야 전문가인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며 "시장을 진정시키고, 진전 과정을 보고 싶다면 스콧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관세 전쟁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베선트 장관과 장시간 상의한 끝에 관세 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WSJ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변호사들이 아니라 베선트, (하워드) 러트닉(상무부 장관)과 상의했다”고 털어놓았다. WSJ는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와 그의 이너서클 참모들이 폭스뉴스를 자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폭스와 인터뷰하면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직접 주도하고, 참모들은 보좌만 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트럼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 좋은 방법의 하나가 다이먼 회장처럼 폭스뉴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 대행의 CNN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