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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미국 농산물 개방 압박 대비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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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미국 농산물 개방 압박 대비책 있나

미 아이오와주 레드필드에서 한 농부가 자신이 수확한 대두가 트레일러에 실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아이오와주 레드필드에서 한 농부가 자신이 수확한 대두가 트레일러에 실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농산물 개방은 25일부터 시작하는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의 필수 의제다.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통한 농산물 수입 규제를 문제 삼을 게 분명하다.

이왕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야 한다면 OECD 최하위권인 한국의 식량 자급률과 세계 최고 수준인 농산물 가격을 고려한 협상 카드가 필수적이다. 농산물값을 제대로 못 받아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농민과 가격만 비싸지 먹을 게 없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업 예산이나 연구개발(R&D) 투자 수준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농업 예산은 18조7000억 원 규모다. 일본의 22조 원과 비교하면 적어 보이지만 3분의 1에 불과한 경지 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2배나 많다.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 예산은 73조 원이다. 한국 경지 면적의 100배인 데다 75배인 곡물 생산량을 계산하면 비교하기 힘든 규모다. 경쟁력으로 보면 한국 농업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부터 던져야 할 시점이다.
농업 예산의 집행은 미래 농업 경쟁력을 올리는 투자와 거리가 멀다. 단기적인 보조금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어서다.

1조원 이상 쏟아부은 종자 예산에 대한 성과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종자의 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문제다.

정부 주도 정책은 특정 품목에 경도된 생산 구조와 유통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 기업의 종자 개량 등에 투자 의지만 꺾다 보니 농업 경쟁력이 높아질 리 없다.

사과를 재배하지 못하는 추운 러시아나 더운 라오스 슈퍼마켓에서는 세계 각국의 사과를 얼마든지 싸게 살 수 있다. 부사 외에는 종류를 찾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싼 한국과는 비교 불가다.

비관세 장벽으로 불리는 농산물 검역 시스템은 유통 시스템 경직과 소비자 선택권을 뺏는 요인이다. 양배추조차 칼륨 함량을 분석해 최상의 제품을 수확하는 일본도 미국과의 농산물 협상을 어려워하고 있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조차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한국으로서는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