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은 전 세계를 울렸다. 평화와 약자의 편에 서면서 세속 권력과 충돌했던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은 단순한 이념 차이를 넘어, 종교와 정치적 가치관의 충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이제 교황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묻는다. 교황과 트럼프는 과연 화해할 수 있었을까? 이는 단순히 인물 간의 갈등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선한 평화주의자,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 화학 기술자로 일했으나 병약한 몸을 안고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교회를 강조하며 “야전병원 같은 교회”를 만들고자 했다. 사치 대신 소박함, 권위 대신 연민을 실천하며, 난민 보호와 성추문 개혁, 감옥 세족식 등 행동하는 교황으로 유명했다. 기후 위기를 다룬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김대건 신부 시성, 한반도 평화 메시지 등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항상 세상 가장 낮은 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성직자였다.
교황과 트럼프, 충돌의 기록
교황과 트럼프의 관계는 처음부터 불편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선 당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교황은 “장벽을 쌓기만 하는 자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교황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협을 모른다면, 바티칸이 공격받을 때 나 같은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반격했다. 이 충돌은 인간의 존엄성과 배타적 이익이라는 두 세계관의 대립을 상징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화해의 여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트럼프가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교황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담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선물하며 지구를 위한 책임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를 “기억하겠다”고 답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교황은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다. 당시 언론은 이 만남을 두고 “교황이 전쟁 무기 대신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문서를 건넸다”고 평했다. 실질적인 화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교황은 자신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민자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는 교황의 철학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슬림 국가 출신자 입국 금지, 불법 체류자 추방, 멕시코 장벽 건설 등 강경 조치가 이어졌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인류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낯선 이를 환대하라”는 성경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독교적 신앙은 연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교황의 이 메시지는 폐쇄적 민족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큰 울림을 낳았다.
교황과 트럼프는 물리적 만남을 가졌지만, 가치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교황은 평화와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트럼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했다. 그러나 교황은 대화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인간과 국가 간의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교황의 선종을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교황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민자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보며, "낯선 이를 환대하라"는 기독교적 가르침을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는 비판을 받았고, 그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민 정책과 백인 우월주의적 태도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었으며, 국정 지지율은 최저치인 42%로 떨어졌다.
교황이 선종한 시점, 트럼프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신만이 알 수 있다. 교황은 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남은 세상은 다시 지구촌 인간 모두의 선택으로 남았다. 장벽과 관세 등 다툼으로 불행을 자초하고 서로 다른 국가에게 적으로 몰아갈 것인지? 이제 교황을 이별하고 남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