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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관세 전쟁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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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관세 전쟁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그가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 의사를 번복한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동요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진군나팔을 불고, 그의 참모진이 ‘돌격 앞으로’를 외침에 따라 미국에서 주가, 채권, 통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실제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각)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와 한국 등 57개국에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23일까지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가 4.2% 떨어졌다. 뉴욕 증시의 간판인 S&P500 지수는 4.6% 곤두박질쳤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2% 상승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리플 약세 흐름을 막으려고 시장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이것은 미 월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대하던 ‘트럼프 풋’임에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과 시소게임을 하는 사이에 국과 미국이 24일 워싱턴DC 미 재무부 청사에서 ‘2+2 통상 협의’를 약 70분간 개최했다. 애초 예상보다 회담이 일찍 끝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사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 연차 총회를 계기로 지난주 일주일 동안 최소 34개국과 통상 회담을 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한·미 2+2 협의 후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과 회담하는 등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각국 대표들과 연쇄 접촉했다.

한·미 양국 정부 대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상 현안을 한 번에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첫 대좌는 어디까지나 탐색전이다. 앞으로 길고 긴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다.

향후 한·미 간 협상에서 트리플 약세와 같은 금융시장 동향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는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시장에 굴복하고, 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판단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그가 다시 시장의 혼란이나 동요를 감수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관세 전쟁의 고삐를 언제든 바짝 죌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대미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할 것으로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협상팀은 매 단계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의 끝’인지, 아니면 ‘끝의 시작’인지 큰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미 협상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해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한·미 2+2 통상 협의 1라운드를 마친 현시점에서 보면 아직 ‘끝의 시작’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투자자와 비즈니스 리더들은 갈수록 트럼프가 무역 전쟁에서 욕심을 줄일 것으로 믿지만, 그 누구도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시장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굿 뉴스다. 나쁜 뉴스는 그가 관세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송두리째 갈아엎고,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원대한 꿈을 절대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