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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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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다

이혜원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이혜원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
왜 회의를 거듭해도 팀워크는 제자리일까? 조직은 매일 수많은 회의와 대화를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짜 ‘하나 된 팀’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팀의 역량이 부족해서도, 동기부여가 약해서도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리더가 ‘대화를 설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의 의사소통 역량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기보다 ‘말이 오가는 구조’를 만드는 능력이다. 화려한 말솜씨나 설득력 있는 발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이 서로의 생각을 꺼내 놓고 조율할 수 있는 대화의 틀을 설계하는 일이다. 혼자 말 잘하는 리더보다 팀 전체가 잘 말하게 만드는 리더가 지금 조직에 필요하다. 업무 목표를 정렬시키는 것도, 협업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말이 오가는 방식 속에서 가능해진다. 전략은 언제나 말보다 늦다. 말의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전략이 작동할 수 있다.

많은 조직이 OKR이나 KPI 같은 성과관리 시스템을 운용한다. 하지만 도구보다 중요한 건 팀이 그 목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더라도 각자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면 이미 팀은 흩어져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분기 고객만족도 향상’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을 때 한 구성원은 응대 스크립트를 떠올리고, 다른 구성원은 리워드 정책을 고민한다면, 출발부터 방향이 다른 것이다. 이런 ‘의미의 간극’을 줄이는 일은 강의나 지시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팀 안의 대화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화는 구조다. 흐름에 맡겨두면 권위 있는 사람만 말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은 침묵한다. 회의는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보고하고 방어하는 공간으로 바뀌기 쉽다. 그래서 리더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오가는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대화의 리듬을 만드는 일이다. 회의는 ‘필요할 때 소집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팀이 생각을 정렬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루틴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매주 짧게라도 진행하는 체크인 미팅에서 ‘이번 주에 내가 집중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팀의 우선순위와 일치하는가’를 확인하고, 정기적인 1대1 미팅으로 관계와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팀의 흐름이 달라진다.

대화를 설계한다는 것은 말의 순서를 정하고, 침묵의 여백을 두며, 의견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예컨대 “이번에는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돌아볼게요” “아직 의견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있다가 얘기해도 돼요”라는 리더의 한마디는, 침묵 속에 있는 목소리를 끌어내는 장치가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대화에 임하는 태도다.

첫째, 말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습관을 내려놓아야 한다. 설명은 대화를 닫는다. 반면에 질문은 대화를 연다. “이건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말보다 “이건 어떻게 접근해 보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리더가 구성원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마이클 번게이 스태니어는 '코칭 해빗(The Coaching Habit)'에서 말한다. 설명을 멈추고 질문하라. 질문은 리더의 가장 강력한 도구다.”

둘째, 빠른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가고 있는가다. 대화는 한 번의 회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 속에서 팀이 계속 방향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정말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리더가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셋째, 혼자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리더는 생각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회의 중 누군가의 발언이 흐지부지 끝날 때 리더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이 내가 정리할 시점일까, 아니면 이 생각을 조금 더 이어보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이 대화에 성찰을 더한다.

리더십은 ‘지시’의 언어가 아니라 ‘대화’의 언어로 조직을 움직이는 일이다. 혼자 판단하고 설득하는 리더보다 팀이 말하게 만들고 함께 판단하게 만드는 리더가 더 강한 팀을 만든다.

하나 된 팀은 하나 된 대화에서 시작된다. 성과는 전략보다 먼저 ‘말이 오가는 방식’에서 결정된다. 그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 바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서의 리더가 지금 조직에 필요하다.


이혜원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