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하철이 신설되면 주변 아파트값이나 전셋값도 영향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공사기간이 길어 이미 집값에 어느 정도 반영이 돼 매매값은 크게 오르진 않겠지만 전월세는 앞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 일대의 부동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봤다.
이번에 신설된 9호선 연장선 종착역인 종합운동장 인근의 한 A중개업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종합운동장역 바로 앞인 잠실엘스 아파트의 경우 24평 기준 매매값은 7억원대 후반에서 8억원대 중반, 30평대 매매값은 9억5000만~10억3000만원 사이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5600가구에 달하는 잠실엘스에 이어 바로 옆 리센츠도 5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로 구성됐다. 매매값은 잠실엘스가 평균 4000만~5000만원 전후 비싼 편이지만, 전셋값은 20평대 기준 6~7억원 사이로 별 차이가 없다.
인근의 B중개업자는 “거래가 활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대단지에다 교통이 좋아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꾸준히 이뤄지는 편”이라며 “요즘 지하철 개통하고 나선 아파트 매매보다는 상가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운동장 역에서 코엑스 방향으로 한 정거장 위치인 봉은사역 주변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여기는 현대차가 지난해 매입한 한전부지와 서울시의 국제교류개발지구 지정 등 인근의 개발호재도 예정돼 있어 매매값은 2013년 말과 비교해 30평대 기준 1억원가량 올랐다.
인근의 C중개업자는 “9호선 공사가 7년 정도 걸렸기 때문에 매매값에는 이미 선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역 바로 앞에 위치한 래미안의 경우 30평대 전세값이 현재 6억원대 초중반, 매매값은 9억원대 중반에서 10억원대 중반까지 형성돼 1년 반전과 비교하면 매매 및 전셋값 모두 1억원 가량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엑스와 봉은사 주변에는 일반 건물이나 학교 등이 많아 아파트 단지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며 “작년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매입한 이후 개발계획이 하나둘씩 전해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내놓고도 집이 올라가는 분위기가 되면 즉석에서 값을 다시 올려 거래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반 전세를 내놓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던 한 모씨(65세)는 “이젠 9호선 개통보다 코엑스 주변 KTX나 GTX, 위례신사선 등 향후 예정된 교통망과 지하상가, 현대차 본사가 들어오면 주변에도 호텔이나 상업시설 등이 추가될 것을 주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주 급한 사람이 아니면 집을 내놓지 않고 반 전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선과 환승할 수 있는 선정릉역 주변은 500여 미터 떨어진 골목길을 따라 롯데캐슬 프리미어, 롯데캐슬 킹덤, 힐스테이트, 한일아파트 등이 밀집돼 있다. 이중 힐스테이트는 1~2단지를 합치면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구성됐다.
인근의 D중개업자는 “9호선 개통효과는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처 힐스테이트 1단지의 경우 2009년 입주당시 매매값이 9억원 전후였지만 현재 2억원 가량 올랐고, 전셋값은 같은 기간 6억 원이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작년과 비교해선 30평대 기준 매매값은 5000만원 전후 올랐다”며 “전세매물이 여전히 부족하고 매매값에 비해 상승폭이 높아 요즘엔 저금리를 이용해 매매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요즘은 이전처럼 전철역이 개통한다고 해서 집값이 크게 올라간다기보다는 착공이후 개통 전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개통 이후에는 기존 시세를 유지하는 트렌드로 바뀌는 듯하다”며 “올해 9호선 신설역 주변에는 이렇다 할 신규분양이 없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가 영향을 받겠지만 전월세 시장 움직임이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삼성역이나 종합운동장, 논현동 주변 아파트값은 이미 타지역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은 삼성역 주변 부동산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번에 신설된 9호선 5개 노선은 기존에 전철역이 전혀 없었던 불모지에 새롭게 생긴다기보다는 새로운 노선이 하나 추가되거나 환승역이 된 경우기 때문에 주거보다 상가는 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각 역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상가관련 부동산 시장엔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인웅 기자 ciu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