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는 청약업무 시스템 인수인계 절차가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과 무성의한 협조 태도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청약 업무는 원래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독점하다가 시중은행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 2000년부터 금융전산기관인 결제원이 2500만 명에 이르는 청약통장 가입자 청약전산망인 '아파트투유'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감정원은 결제원에게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결제원은 이를 거부했다. 청약시스템이 은행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서 현실적으로 타기관으로 이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감정원은 지난 1월부터 6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청약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감정원의 시스템 구축작업이 지연되면서 당초 정부 계획이었던 오는 8·9월 테스트와 10월 실전 가동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두 기관은 업무 이관을 위한 협의에도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 달에야 처음 회의를 열고 각종 자료 이관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단 한 차례밖에 만나지 않았다.
특히 감정원이 새로 만든 청약시스템도 결제원의 아파트투유와 사실상 똑같아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세금 60여억 원만 낭비한 셈이 됐다.
문제는 이사철이자 분양 성수기인 오는 10월부터 두 달 간이나 신규 분양이 전면 중단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청약 절차는 청약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보통 8주가 소요된다. 결제원은 9월 일정 시점에 신규청약을 중단해야 하고 이어 8주에 걸쳐 마지막 청약 후속절차를 끝낸 뒤에 당첨자 현황 등 정보를 한꺼번에 감정원에 넘겨야 한다.
즉, 최소 8주간은 청약시스템이 중단돼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감정원의 구축작업이 늦어지면서 새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시간도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청약시스템마저 전면 중단되면 예비청약자들과 건설업체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0·11월에 경기 위례신도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서울 방배5구역 등 택지지구와 재건축사업장에서 2000~3000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더욱이 금융정보를 관리해 본 경험이 없는 감정원이 2500만명에 이르는 청약통장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과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