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호주 뉴스매체 '뉴캐슬헤럴드'는 "한전 이사회가 바이롱밸리 광업권 등 총 6억 4200만 호주달러(약 5160억 원) 규모의 투자 자산을 '0원'으로 손실처리하고 이같은 내용을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공시 내용에서 바이롱밸리 취득원가는 약 5883억 원이며, 상각누계액 270억 원을 뺀 5162억 원을 자산손상 처리하고, 장부금액 450억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한 한전은 2010년 1억 1500만 호주달러(약 920억 원)에 매입한 1만 3000헥타르 규모의 바이롱계곡 일대 토지의 자산가치도 4500만 호주달러(약 360억 원)로 손실처리했다고 외신은 덧붙여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전이 국내에 공시한 2019년도 3분기 보고서에는 '광업권' 가치 중 약 5160억 원이 손실처리 돼 있으며, 같은 해 12월 한전이 미국에 제출한 공시보고서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팀 버클리 연구원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손실처리가 한전이 바이롱밸리 사업에서 (공식) 철수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환경운동가이자 정치인인 데이빗 슈브릿지는 "NSW주정부는 한전에게 바이롱밸리 광업권을 포기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국내 화력발전에 사용할 석탄을 생산하기 위해 2010년 호주기업 앵글로아메리칸부터 4억 호주달러(약 3200억 원)에 바이롱밸리 사업의 광업권을 인수했다.
이후 탐사 등을 위한 추가 투자를 포함해 총 8000억 원을 투입해 왔으며, 앞으로 25년간 연간 최대 650만톤의 석탄을 채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경관훼손, 농산물 감소 등을 우려한 현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승인이 지연되다가 지난해 9월 NSW주 독립계획위원회(IPC)로부터 "광산 개발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이득보다 환경파괴에 따른 장기간 손실이 더 크다"며 '부동의' 결정을 받았다.
팀 버클리 연구원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누군가 바이롱밸리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다면 한전으로서는 최선이겠지만 사업 가능성의 50~70%가 사라졌고, 한전 이사회도 이를 받아들인 셈"이라며 "그러나 호주와 달리 한국은 이런 경우에도 한전 CEO가 해임되거나 사퇴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꼬집어 비판했다.
국내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김주진 변호사는 "한전 이사회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에 기초해 회사 경영을 했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전 이사회는 기후변화가 석탄사업에 초래할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이롱밸리 광산사업 뿐만 아니라 석탄화력사업에 투자 검토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호주 바이롱밸리 탄광개발 투자자산의 전액 손실처리와 관련, "지난해 3분기 4652억 원(별도 기준) 자산손상(평가손실) 처리했다"고 밝히며 "이유는 지난해 NSW주 독립평가위의 개발허가 반려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체 투자 손실처리액 가운데 한전 4652억 원을 뺀 나머지는 한전 산하 5개 발전자회사의 투자액이다.
한전은 현재 호주 현지 법률소송 진행을 포함해 광업권 지분매각이나 사업 청산 등을 놓고 다각적인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