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체코 뉴스매체 레스펙트(Respekt) 등 현지 언론들은 "두코바니 원전 건설 국제입찰에 러시아와 중국 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체코 국회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코 의원들은 "러시아·중국은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데 교역 관계를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러시아는 에너지를 지정학적 영향력 행사수단으로 사용해 악명이 높다"고 비난하며 "체코 정부가 두 국가 기업을 두코바니 원전 입찰에 초대한다면, 체코에 두 나라의 (경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주고 꼴"이라고 주장했다.
피셔 의원은 "체코뿐만 아니라 전체 민주주의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 부문을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감사위원장을 제재한 것이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체코 현지에서는 두코바니 원전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가 지난 5월 자사 직원을 러시아 로사톰에 원전입찰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정계의 러시아·중국 견제 움직임에 원전입찰 기밀정보 유출설까지 불거지면서 두코바니 원전사업의 유력후보로 꼽히던 러시아 로사톰은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따라서 로사톰과 강력한 라이벌 경쟁을 벌여온 한수원에게 '반사이익'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체코 원전업계는 예상했다.
더욱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 본사를 둔 유력 뉴스매체 '호스포다르스케 노비니'는 "두코바니 원전사업 후보 6개사는 모두 기술과 안전성에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최종 선정은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완공할 수 있는 능력', '러시아·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평가'가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 전망했다.
이 뉴스매체는 "한수원이 원전 건설사업을 적기에 완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해 한수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국회와 여론의 움직임과 달리 체코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할 계획이 없는 태도를 보여 아직 두코바니 원전 입찰 결과를 속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사업 6개 후보 중 특정국가의 기업을 배제하면 나머지 기업들이 담합해 가격을 높여 체코의 부담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러시아·중국 배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올해 초 부총리로 승격된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무역부 장관도 지난해 4월 장관 취임 이후 줄곧 체코 원전사업에 러시아·중국 등 특정국가 기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코바니 원전사업은 체코 남동부 두코바니 원전단지에 1.2기가와트(GW)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5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올해 말 입찰을 시작해 오는 2022년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8조 원 수준이며, 한수원과 로사톰 외에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중국핵전집단공사(CGN), 일본 미쓰비시-프랑스 아레바 합작사 ATMEA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달 초 정재훈 사장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직접 체코로 날아가 현지 국회의원, 체코전력공사(CEZ) 경영진, 두코바니 사업부지 지방자치단체장과 차례로 미팅을 갖고 '두코바니 원전 수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