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정규직 직원들로 구성된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경마 온라인 발매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열였다.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말산업 회생의 유일한 대안인 온라인 경마 도입을 위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이나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농식품부는 구체적 대안도 없이 2년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무능하면서도 '욕은 먹기 싫다'는 속내가 읽힌다"고 농식품부를 비판했다.
마사회 노조는 "말산업 위기를 외면하는 농식품부는 각성하고, 경마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을 담은 경마 온라인 발매 입법 촉구 결의문을 발표한 후 이 결의문을 담당부서인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에게 전달했다.
앞서 전국 경주마생산자·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 단체와 축산관련 단체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는 지난 7월 400여 명이 30두의 말을 이끌고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김현수 장관 퇴진과 온라인 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마사회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인데 이어 지난달 30일 1인시위 장소를 정부세종청사로 옮겨왔고, 이날 노조위원장 삭발식과 담당 부서에 결의문 전달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사회 정규직 노조가 농식품부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농식품부가 말산업계의 절박한 요구를 2년째 외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마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무관중 경마 시행 등으로 사내유보금이 바닥난 마사회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마사회 설립 이래 처음으로 수천억 원대의 차입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달 농식품부는 말산업계 위기에 대한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마사회장 갑질사건 정리 등 조직안정과 비상경영·혁신방안 등으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한 이후 온라인 경마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혀 사실상 온라인 발매를 기약없이 미루려는 의중을 내비쳤다.
문제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합법 경마가 중단된 이후 불법 경마는 더욱 확산 추세인 것으로 분석돼,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농식품부의 주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마사회 노조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지난해 불법경마 단속건수는 4분의 1, 사법처리된 인원은 2분의 1로 줄었다. 합법 경마(합법 베팅)와 똑같이 불법 경마(불법 베팅) 역시 합법 경주를 기반으로 베팅하기 때문에, 지난해 합법 경주 자체가 거의 열리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법경마사이트 폐쇄 건수는 2019년 5407건에서 지난해 7505건으로 오히려 40% 가량 늘었다. 신생 불법경마사이트가 합법경마 중단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기존 합법경마 이용자가 불법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불법경마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경마 이용자의 70%가 합법 온라인 수단이 마련되면 불법경마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사행성 확산을 이유로 온라인 발매를 막는 농식품부는 국민과 말산업 종사자를 위한 집단인지 불법경마 세력을 위한 집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