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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징어 게임'의 경마=도박 이미지 누구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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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징어 게임'의 경마=도박 이미지 누구 작품인가

김종국 건국대 산학겸임 교수(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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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건국대 산학겸임 교수(정책학 박사)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우리 사회 통념상 아직 받아들일 여건이 안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시민단체도 보고하고, 부처(농림축산식품부)도 보고 했는데 반대 의견이 너무 많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시종일관 '국민 공감대 부족'을 내세워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반대한 것과 같은 취지의 발언이었다.
넷플릭스 최대 흥행 드라마 <오징어 게임> 초반에 낡고 무질서한 경마 장외발매소의 한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연출자나 드라마 작가의 인식이 반영된 장면인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시청자에게 '경마=도박'이라는 부정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격일까. 지난 15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 마지막 거리두기 조치가 발표됐을 때 방역당국은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스포츠경기장에 백신 접종완료자의 제한된 입장을 허용한 반면, 경마를 비롯한 경륜·경정장은 불허했다.
현행 건축법상 경마·경륜·경정장과 야구장·체육관 등은 동일한 '관람장'으로 규정돼 있다. 규모나 용도에서 거리두기를 다르게 적용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실내체육관은 물론 사방이 관중석으로 둘러싸인 구조에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치는 야구·축구장보다 넓은 경마장 한켠에만 야외관람대가 설치된 경마장이 환기 등 방역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결정에 아쉬움이 큰 이유이다.

필자가 보기엔 야구장 등과 경마장 등을 다르게 규제를 취한 방역당국의 기준은 법령상 용도 때문도, 관람석의 구조나 관객의 이용행태를 고려한 것으로도 판단되지 않는다. 같은 관람장 가운데 사행산업만 유독 따로 떼어 규제를 유지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야구 등 스포츠토토와 경륜·경정은 이미 온라인 발매가 운영되고 있기에 제한 입장이든 무관중이든 '수익 측면'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결국 경마만 손발이 묶인 꼴이다.

<오징어 게임>의 장면이나 정부 고위관료의 발언에서 비춰진 경마를 보는 '부정 인식'과 '차별 대우'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사감위법은 사감위가 '도박중독유병률'에 따라 업종별로 규제를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영업장 방문자 중 도박중독자 비율을 의미하는 '도박중독유병률'은 복권방·편의점 등 영업장이 수천 곳이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로또·토토보다 영업장 수가 제한된 카지노·경마가 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로또·토토에 중독된 사람은 전국 복권방 등에 분산돼 있어 도드라지게 노출되지 않고, 카지노(내국인)도 강원도 정선 1곳에만 있다. 반면에 서울과 전국 도심지 30곳에 퍼져 있는 경마 장외발매소는 일반국민과 시민단체의 감시망에 잘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입지 특성을 안고 있다. 결국 규제가 높은 도박중독유병률을 낳고, 높은 도박중독 유병률이 더 강한 규제를 초래하는 '규제의 악순환'이 만들어진 셈이다.

호주처럼 커피숍보다 많은 장외발매소(TAB)에서 복권·토토·경마를 모두 온라인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면, <오징어 게임>에서 묘사된 경마 장외발매소를 보는 부정 인식이 지금까지 계속됐을까 싶다. 아마 호주처럼 우리나라도 경마가 '국민 레저'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온라인 발매를 도입하면 장외발매소는 자연스레 갈수록 폐쇄의 길을 걸을 것이다. 또한 온라인 발매는 장외발매소보다 '과몰입 차단' 효과가 쉽고 크다. 따라서 장외발매소 주변 분위기와 주민 반발을 근거로 들며 국민 공감대가 없으니 온라인 발매는 안된다는 부총리나 농식품부 장관의 논리는 진단과 처방이 뒤바뀐 꼴이다.

문제는 프로스포츠를 토대로 하는 토토를 제외하면 7대 사행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경마만 후방산업이 있다는 점이다.

사감위 규제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사행산업의 매출 비중이1~2%에서 출발한 로또·토토는 이제 81%에 이르렀고, 이전에 최고 70%를 차지했던 경마의 매출 비중은 1%로 급감하면서 '절멸' 위기에 놓였다.

경마산업의 유해성 여부를 넘어 산업 자체의 절멸 위기가 우려되는 시점까지 국민 공감대 운운하며 방관한 정부의 태도는 '이해 불통'을 넘어 '이해 불가' 수준이다.

말산업 육성 계획을 내세웠던 정부나 경마시행체로 감독기관 역할을 수행했던 한국마사회의 책임은 없을까. 사감위도 '사행산업구조 재편'으로 도박중독자가 줄고 국내 사행산업이 더 건전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100년 역사의 경마산업과 수만 명이 종사하는 말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가 경마를 '국가 산업'이 아닌 '개인 도박'으로 치부하며 한걸음 물러나 있는 제 3자처럼 '공감대' 운운한다면 과연 정부는 무엇을 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주장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