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매물 적체현상이 지속되며 아파트값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1999년 기준금리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았다. 지난 4월과 5월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 금리를 3회 연속 인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2.25%를 기록한 것은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9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530건으로, 1년 전 4만1720건에 비해 52.2% 늘어났다. 반면 거래 건수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감소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4680건이던 거래 건수는 하락세가 이어지며 올해 6월 994건까지 떨어졌다. 이날 기준 7월 거래는 136건에 그쳤다.
특히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몰린 '노도강' 지역이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매에 나섰던 2030세대 '영끌족’의 매수가 집중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늘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처분에 나서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노원·도봉구 아파트값은 0.10%·강북구는 0.0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하락폭 은 -0.4%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수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를 기록하며 10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는 2019년 7월 15일 조사(85.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이은 금리인상과 물가 상승이 겹치며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매도자·매수자 모두 금융 부담이 커지며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연구소 하서진 수석연구원은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공급망 차질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에 이를 것"이라며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로 인한 자금확보 제한,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가격 하방압력이 가중되고 과거와 같은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연이은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이 이미 높다는 인식 등으로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은 늘고 주택가격은 하락이 예상되자 매수한 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처분하려는 매도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한국은행이 '빅스텝' 단행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 물가상승·경기둔화 등 거시적인 경제이슈들이 계속되는 한 부동산 거래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면서 "매물이 적체되고 적기에 매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 부동산 보유에 따른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더 커지면서 장기 보유보다는 처분을 선택하는 매도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집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저조한 주택거래와 함께 관망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onp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