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앞장서서 아파트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 사업지에 따라 리모델링이 더 이득인 곳도 있어 건설사들은 주요 먹거리로 리모델링 사업을 택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공동주택 정비방식 중 하나인 리모델링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쌍용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꾸려 경기도 광명시 철산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년 전인 2021년 사업 조합이 시공사로 쌍용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리모델링 사업 계획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정부 부처가 나서 재건축 방식으로 주택단지 정비사업을 권장하는 마당에 철산한신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배경으로는 사업성이 꼽힌다.
해당 단지는 최고 25층, 용적률 294%를 차지해 재건축 사업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려면 일반분양을 늘리고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 세대수 추가로 수익 확보가 어려우면 조합원 분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쌍용건설은 이미 리모델링 정비방식으로 단지를 탈바꿈한 경험이 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오금아남아파트를 수평으로 증축해 ‘송파 더 플래티넘’을 준공했다. 가구당 전용면적과 주차대수를 늘리고 세대수는 29가구 추가했다. 2000년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운영해왔고, 송파 더 플래티넘 이외에도 서울 방배동 쌍용예가 클래식 등 4건의 준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서울 잠원동 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기존 대비 29세대 늘린 389세대 규모로 지어지며, 예정 공사비는 약 2320억여원이다. 리모델링 단지명으로 ‘래미안 신반포 원펠리체’를 제안하고, 외관에 커튼월룩과 경관조명을 적용하면서 스카이라운지와 스카이데크 옥상정원을 조성한다.
삼성물산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지난 2021년부터 운영하며 관련 특허기술 29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리모델링을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리모델링 해체 및 구조개선 공법, 특화평면 등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 3월 서울 둔촌동 현대1차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더샵 둔촌포레’를 분양했다. 최고 14층, 572가구 규모로 조성했으며, 일반분양분은 전용면적 84㎡A, 84㎡B, 112㎡ 74가구였다. 전 세대 1순위 청약 접수 마감했으며, 특히 84㎡A 타입과 B 타입 각각 13세대, 15세대 모집에 약 81:1, 111: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을 비롯해 용적률 완화, 통합정비 등을 지원하면서 재건축을 통한 노후 아파트 정비를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별로 리모델링 정비사업이 유리할 수도 있는데다 향후 탄소배출을 줄이는 국가적 과제에도 부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7일 펴낸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기존 단지 용적률이 180% 이하면 재건축이 유리하고, 200% 이상이면 리모델링이 더 적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강화된 용적률과 건폐율 규정으로 재건축의 실질적인 용적률이 250%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방식을 채택하며 지구단위계획보다 높은 수준의 용적률을 유지하려면 친환경설계뿐만 아니라 기부채납, 소형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기여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리모델링은 이러한 공공기여가 없어도 각 세대의 주거면적을 최대 40%까지 넓힐 수 있다.
최근 들어 강조되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리모델링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점도 박 연구위원은 짚었다. 그는 재건축으로 아파트 정비를 진행하면 건물 운영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자재 생산과 운송, 시공과정과 해체공사·폐기 과정 등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건물 구조를 활용해 리모델링을 하면 재건축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모든 노후아파트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으로 획일화하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므로 각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경쟁적 관계에서 보완적 관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