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해상풍력이 전세계적 가치 사슬을 형성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원자력처럼 다른 국가·기업의 경쟁력을 월등히 앞서는 상황까지는 아니어서 건설사들은 아직 해외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건설사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해상풍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덴마크의 친환경 투자운용사 CIP가 울산 앞바다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해 SK에코플랜트·SK오션플랜트와 부유체 운송·설치 및 하부구조물 제작을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또 SK오션플랜트는 대만에 3900억원 규모의 하부구조물 ‘재킷’을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0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에 참여해 준공까지 마친 바 있다.
이에더해 지난해 제주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기획해 자금조달, EPC까지 맡고 있다. 준공 이후에는 상업운전 가동까지 맡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는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키고 있지만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각국은 풍력산업을 위해 연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해상풍력 산업을 위한 국제적 모임 ‘글로벌해상풍력연합(GOWA)’이 출범하며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덴마크·독일 등 유럽국이 가입했다.
한국도 최근 해당 연합체에 가입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가입 여부와 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설립 당시 연합체 가입을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건설사들이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것은 아니므로 해외 국가들이 아직 한국 기업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난이도가 매우 크지는 않은데다 베스타스나 지멘스 같은 유럽 기업들이 해상풍력 분야에서 앞서있다” 며 “해외에서 독보적인 원자력과 달리 풍력발전 분야는 한국 건설사가 해외 시장까지 바라보기엔 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 아니라면 풍력발전 개발 사업에 내재된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해상풍력으로 새 먹거리를 삼을지 고민하고 있지만 풍력발전에 필요한 시공을 도맡기에는 정비사업을 비롯한 다른 건설사업보다 리스크가 큰 편”이라며 “해상풍력 공사에 필요한 전용설치선이 세계적으로 몇 대 없어 공사일정 변동에 취약하고 부유식 해상풍력은 해군 잠수함 운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 변수 해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